외국계 자본 방패 없는 지배구조 개편… 소액주주 악영향 우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장기적인 경영활동 방안으로 시행하려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외국계 자본의 압박에 철회됐다.

현대차그룹은 시장의 설득을 위해 납득할 만한 보완책을 마련해 원안대로 진행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도움 없이는 기업 단독으로 성사시키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의 야심찬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외국계 자본의 압박에 철회됐다./ 사진=미디어펜


단기이익만을 보고 움직이는 외국자본이 장기계획을 목표로 발전해 나갈 국내 기업의 계획을 납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정부차원의 이런 움직임으로부터 기업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공시와 주주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자료를 통해 현재 진행중이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의 철회를 알렸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재 체결되어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양사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진행해왔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서 원안에 대한 문제점보다 기존 안건에 대해 보다 주주친화적인 방식을 보완하고 개선해 기존 방식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부회장은 "그동안 그룹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 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며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 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고 언급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더욱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하여 개선토록 할 것"이라며 "주주 분들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폭넓게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엘리엇과 같은 외국계 자본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것. 

현대차그룹은 국내경제 검찰역할을 하고 있는 공정위원회의 김상조 위원장의 무리한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사업 지배회사 체제로 바꾸는 안을 내놓고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현재의 지배구조도 문제가 없었지만 소액주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김상조 위원장은 이같은 지시를 내리고 엄포를 놨다. 투자자문사 등이 반대를 하는 순간에도 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지지했다. 

현대차그룹의 현재 지배구조 개편안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회사의 발전에 전혀 문제가 없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외국계 자본의 주도하에 시장에서는 이번 현대차그룹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단기수익을 노리고 있는 외국계 자본의 경우 반발이 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엘리엇의 이 같은 도발에 타 투자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 역시 엘리엇의 의견을 지지할 뿐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자문사의 의견이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확실히 어떤 부분을 지목해 잘못됐거나 잘됐다는 의견보다 “엘리엇이 주장하는 게 더 옳다”라는 의견으로 번복할 뿐이었다.

또 외국계 투자 자문사들이 이같이 주장하자 국내에서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삼성이라는 과거 전력으로 과감한 행보를 보이기에는 살짝 조심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을 지키겠다는 명목 하에 국내 회사 손을 들었다가 국감에서 호되게 당한 전적인 있는 국민연금으로서는 현대차그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국민연금의 자문사도 해외 주요 투자자문사들의 의견에 동조한 것도 현대차그룹의 장기 발전계획을 중단시킨 이유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현대차가 "대주주가 1조원의 세금을 부담하는 정공법이며,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위한 방안"이라며 자신만만하게 추진해왔던 지배 구조 개편을 두 달도 안 돼 일단 철회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단기 주주 이익을 대표하는 엘리엇이 국내 2대 대기업의 장기 경영을 막은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런 앞으로의 움직임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처럼 의결권을 분산시켜 줄 수 있는 주식을 허용하거나 해외자본이 국내 기업들의 경영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2위기업이 또 외국자본에 의해 뜻을 펴지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는 앞으로 국내 산업을 보화기 위해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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