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회 경제부장
[미디어펜=김명회 기자] 금융지주사 회장 연임 문제와 채용비리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됐던 금융당국과 금융권 간의 긴장관계가 이제는 조용해진 모습이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줄줄이 사퇴를 하고, 윤석헌 현 금감원장 체제로 바뀌면서 진정되는 분위기인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 긴장관계를 초래하게 한 원인을 제공한 금융당국은 아직까지도 책임을 지려하는 모습이 안보인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한 지 보름여가 지났음에도 임원들에 대한 재신임 여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같았으면 관행적으로 금감원장이 바뀌면 임원들이 동반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과의 긴장 관계가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일에 일일이 간여하면서 발생했음에도 자신들에게는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한 자세와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모든 발생 원인이 금융회사 때문에 발생했다는 듯한 태도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 셀프 연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회사를 압박하고, 금융사 채용비리 조사를 할 때 이미 금감원 내부에서도 비리가 발생해 있었다. 더군다나 금융사 채용비리에 금감원 임직원들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금융 재직시절 인사청탁 연루 의혹과 관련해서도 금감원은 진실 여부를 규명하겠다며 하나금융에 대해 특별검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해당 금융회사는 연초부터 추진해야 할 각종 전략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경영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경영에 쏟아부어야 할 회사의 역량을 당국의 압박에 일일이 해명하는데 소모했다. 금융회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역량을 엉뚱한 데다 소모케 한 것이다.

   
▲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채용 문제에 대한 관여도 그렇다.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채용은 회사의 경영방침에 따라 이뤄진다. 일례로 지역별로 안배를 해서 사람을 뽑는다. 성적순으로 뽑는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있는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대부분 뽑힐 것이다. 

그러나 금융사 지점은 서울과 수도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지방 곳곳에 지점이 있다. 이곳에서 근무할 사람을 서울에서 뽑아 내려보낸다면 몇 명이나 갈 수 있을 것인가. 또한 그 지역과의 유대관계도 없는 사람을 뽑아 보내놓고 영업을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각 지역 관련 사람들을 별도로 우대해서 뽑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획일적으로 성적이 안 되는데 뽑았다는 식으로 몰아가면 안 되는 것이다.

그간 금감원은 본연의 업무보다는 누구의 사조직처럼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정 권한을 특정인이나 특정 사안을 위해 쓰여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 업무를 비롯해 국가 정책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 움직이는 조직이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금융혁신을 전면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렇지만 1년여가 지나도록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으로 추진한 금융개혁은 없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획기적 제도개선에 나서는 등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다. 더이상 사조직처럼 움직이며 민간 금융회사와 소모적인 싸움에 나설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을 위해 거듭나야 할 것이다. 국가의 발전과 국민들을 위해 움직이는 금융당국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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