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폐기 행사가 24일 오후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각 갱도에 대한 폐기 방식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 당국자는 취재단에게 24~25일 중 기상을 고려해 진행할 뜻을 밝혔지만 25일 오후 풍계리 인근에 곳에 따라 비가 내릴 것(5~30㎜)으로 예보되어 24일 폐기의식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당국이 핵실험장 각 갱도들을 어떻게 붕괴시키고 폐쇄할지 구체적인 모습은 현장 취재를 마친 우리나라 등 5개국 취재단이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원산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25일 오전에야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공보에서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 경비구분대들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핵시험장 폐기와 동시에 경비인원들과 연구사들을 철수시키고 핵시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확실한 핵실험장 폐기 방법으로 갱도 전체를 폭파하는 것을 들고 있지만 풍계리 핵실험장은 갱도마다 상태가 다르다.

군 당국은 북한이 땅을 아래로 파고 들어가는 통상적인 수직 갱도 형태가 아니라 미국 군사위성에 포착될 위험을 고려해 수평 구조의 갱도시설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쪽 1번 갱도는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을 했지만 갱도 일부가 이미 무너져 내려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부터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2~6차 핵실험을 시행한 북쪽 2번 갱도는 기폭실을 중심으로 복잡한 달팽이관 형태로 조성됐고, 9개 이상의 차단문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2번 갱도는 지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6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지반이 약해져 폭파시 수맥을 따라 방사성 물질들이 지하수로 흘러들어가 유출될 수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상부는 화강암, 하부는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어 방사성 물질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탑산 계곡에 위치해 있지만 지난 6차 핵실험 후 주변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이 10번 일어날 정도로 지반이 불안정하다.

이로 인해 핵실험장 1~2번 갱도는 콘크리트를 부어 갱도 입구를 막아 폐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3~4번 갱도의 경우 아직까지 단 한 번의 핵실험도 실시되지 않아 방사능 유출 우려가 적고 선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북한이 사전에 밝힌대로 폭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일부에서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에 기존 시설보다 큰 갱도가 2곳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밝혔다.

서쪽 3번 갱도는 지난 2012년 3월 굴착을 마친 후 지금까지 유지되어왔고 남쪽 4번 갱도는 지난해 10월 굴착을 재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앞서 알린대로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서 폭약을 사용해 모든 갱도를 무너뜨리고 입구를 완전히 폐쇄한 다음 인근 지상시설들을 철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북한 원산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떠난 5개국 취재단은 현장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북한의 이러한 폐기 과정을 취재하고 렌즈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은 상업위성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가 21일 촬영하고 38노스가 22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모습./사진=38노스 웹사이트(www.38north.org/2018/05/punggye052218/)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