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올해에만 9차례
'다스 의혹'서 '노조와해' 문건으로 수사 변질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이) 범죄 집단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그것을 옮긴 여러분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

지난 2008년 4월 4일 "글로벌 기업 삼성이 범죄 집단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이 사태의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냐"는 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 같이 답했다. 아마도 그는 '반(反)기업 정서'의 본질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10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기업 삼성을 '범죄 집단'으로 낙인찍기 위한 십자포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 기관, 시민단체, 노동조합, 그리고 언론이 총 동원됐다. 최근에는 검찰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들은 노조 와해 문건 수사를 빌미로 삼성에 수차례 압수수색을 가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압수수색의 애초 목적이 노조 문건 수사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수상쩍은 부분이 많다. 

시작은 '다스'였으나 수사 과정에서 '노조 와해 공작'으로 바뀐 것이다. 애초에 정확한 단서를 갖고 압수수색을 시작한 것이 아닌, 압수수색 후 단서를 찾아 별건으로 수사하겠다는 식이다. 이런 방법이라면 이후에 또 어떤 꼬투리를 잡을지 모를 일이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 대납 건으로 삼성전자 서초 사업장, 수원 사업장, 우면동 R&D센터 등 세 곳을 2월 8일, 9일, 12일에 거쳐 압수수색했다. R&D센터는 다스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곳임에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같은 달 26일에는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에 대한 수사를 목적으로 수원사업장을 또 다시 압수수색한다. 그러다가 2달여 후, 다스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노조 와해 공작'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 삼성 로고가 새겨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조 문제를 빌미로 또 다른 압수수색을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4월 6일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를 시작으로 같은 달 12일 경원지사(용인)와 남부지사(부산), 18일에 또 다시 본사를 압수수색한다.

이후 지난 5월 15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콜센터를, 24일에는 삼성전자 수원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이로써 삼성은 올해에만 9번의 압수수색을 당해야 했다. 이 지난한 과정을 통해 어떤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는지는 모르겠다. 

더욱 참담한 건, 검찰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같은 과정이 되풀이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검찰은 일단 압수수색을 한 후 단서가 될 만한 증거를 찾고, 부족하면 또 압수수색을 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수사를 행하고 있다. 

그 죄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죄가 입증될 때까지 수사를 할 작정인 것 같다.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의 수사를 기대하기란 처음부터 희망고문이었나 보다.

그런데 뭐랄까, 그들의 수사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그 헛된 '정의로움'이 반기업정서에 기인했거나, 반기업정서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법전만 달달 외우느라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폄훼하고 싶지도 않다. 

기업의 중요성, 삼성의 소중함에 대해 설명할 자신은 더더욱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우물 안에서 자신들이 최고인 줄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 세계 시장에서 분투하는 기업인의 고뇌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모르는 게 당연하다.

때문에 그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 끝이 망국일지라도, 저렇게 단호하고 무식한 저들을 막을 도리가 지금으로썬 없다. 다만 기록은 해두려고 한다. 언젠가 깨닫게 될, 어쩌면 깨닫지 못할 그들의 무지함을. 사법부의 흑역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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