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유효 ‘신중론’ 우세…협상과정의 ‘진통’
경각심 필요…“정부 상황 객관화시켜 바라봐야”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예정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북한 모두 추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우리 경제와 기업들에게 부담이 가중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미북 정상회담 취소로 인한 ‘대북 리스크’ 확대가 향후 경영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미국 워싱턴 DC를 공식 실무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한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결과를 예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접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미국의 회담 취소 발표 후 북한도 ‘강대강’으로 맞대응하지 않는 것 같다”며 “진행과정을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기대했던 기업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정착되면 해외 자본의 추가 투자 유치와 대북 사업 등 새로운 기회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 취소가 당장 우리 경제·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출발점이 다른 미국과 북한 정상이 만나는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와 김정은은 굉장히 독특한 유형의 지도자들이다. 실무과정에서 교착상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상황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의 ‘기승전결’에서 ‘기’에 해당한다. 앞으로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이 중요하다. 교착상태를 넘어도 이행과정에서 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상회담 취소가 남북, 미북 간의 관계를 원점으로 되돌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방향성은 유효한 가운데 속도의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진난달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환송공연이 끝난 뒤 헤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 변화에 중국이 배후에 있다는 발언을 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미국과 중국 ‘G2’의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우리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규제를 완전히 풀지 않고 안고 있다. 북한발 G2 갈등의 불씨가 우리에 대한 타깃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 정부의 대미·중 협상력에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의 분풀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정치와 관세 인상은 무관하게 접근한다”면서도 “이제 한국 정부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우리의 경제 상황을 객관화시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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