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공급‧초대형IB 단기금융업 인가 등 상호 신뢰 절실
금융당국이 최근 규제 강화 기조를 확실시 하고 있다. 여론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지나친 압박은 자칫 증권업계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최근 증권업계에 드러워진 규제의 양면성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증권가 규제칼날⑤]업계-당국 협조 없이 한국금융 미래 없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 당국과 일선 기업의의 관계는 통상 규제-피규제로 이해되지만 이들 간의 긴밀한 협조 없이는 상생이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투자업계에도 모험자본 공급,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단기금융업 인가 등 당국과 업계의 협조 없이 추진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 권용원 금투협회장 /사진=금융투자협회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자본시장을 통해 혁신기업 성장에 투자된 금액의 규모는 14조 5000억원에서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초 새롭게 취임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실시한 간담회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권 회장은 투자업계의 최우선 과제로 ‘자본시장의 모험자본 공급’을 언급했다. 의료, 화학, 정보통신업 등 혁신성을 가진 업종에 공급된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인수, 자기자본 투자(PI), 자산운용사 펀드 중 벤처기업 신주 취득, 하이일드펀드(고수익·고위험 채권형펀드) 자금 등을 망라한 자본공급이다.

문제는 이와 같이 활발한 투자가 되기 위해서 선행돼야 할 ‘규제완화’라는 선결조건이다. 권 회장 역시 “자본시장이 모험자본 공급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레버리지 규제 완화, 중소형 증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보완, 장외주식시장 K-OTC 역할 제고, 잡스(JOBS)법 도입, 초대형 IB 발행 어음 인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판 잡스법 도입의 경우 이미 금투협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에 건의사항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잡스법은 미국이 신생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쉽게 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의 신생기업 지원법으로, 그 속성상 규제완화 없이는 효력이 나지 않는다.

국내 증권업계 최대의 숙원사업인 초대형 IB 역시 당국의 단기금융업 인가 지연으로 사실상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의 약속만 믿고 부랴부랴 자본을 확충했던 대형 증권사들은 ‘인가’라는 형태의 규제에 걸려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규제의 사례는 많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 등을 포함해 시야를 넓히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암호화폐 관련 이슈까지 즐비하다.

문제는 업계와 당국이 서로 간의 신뢰를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정부를 그저 ‘간섭하는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또 정부는 업계를 지나치게 탐욕적인 사람들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규제라는 형태의 값비싼 비용을 모두가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정리했다.

최근 당국과 업계, 나아가 여론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사건으로는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태가 있었다. 도덕적 해이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여론이 크게 동요하자 삼성증권은 물론 당국까지 나서서 연루 직원들의 고발과 처벌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불이 옮겨 붙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로 ‘분식회계’ 논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 역시 삼성과 삼성그룹을 바라보는 정부당국의 의구심이 빚어낸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규제-피규제의 고리가 상호간의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업계 전체의 효율성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간섭하려는 ‘포지티브 규제’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면서 “극단적인 행동들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식 규제가 자본시장에서 뿌리내리지 않으면 국내 투자업계의 경쟁력 제고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