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시행했다. 사진은 갱도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자료사진=미국 CNN 방송영상 캡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촬영 준비됐나? 3. 2. 1."

24일 오전11시가 되기 직전, 풍계리 핵실험장 서쪽산 중턱에 위치한 간이 관측소에 있는 5개국 외신취재단에게 북한 당국 관계자는 "촬영 준비됐나"고 물었고 준비됐다고 답하자 북쪽 2번갱도에 대한 폭파를 시작했다.

굉음이 울리면서 갱도 입구가 폭파됐고 굉음 후 안쪽에서 2번의 폭음이 더 울렸다.

핵실험장이 위치한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갱도 입구에서 흙과 부서진 바위들이 쏟아져 나왔다.

외신취재단이 전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폐기는 2번 갱도와 15초 뒤 관측소에 대한 폭파를 시작으로 3개 갱도 및 관련시설 모두를 폐기하는 것으로 시행됐다.

북한이 공개한 지도상 폭파지점과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의 설명을 감안하면 각 갱도 내부부터 입구까지 3개 지점에서 폐기를 위한 폭파가 이뤄졌다.

각 폭파할 때마다 굉음과 함께 돌무더기 파편과 짙은 연기가 사방을 덮쳤고 상당한 규모의 연기가 풍계리 핵실험장 계곡을 따라 퍼졌다.

폭파 후 취재단 일부는 갱도 입구를 답사했는데 바위더미가 무너지면서 입구가 봉쇄된 것을 확인했다.

다만 폭파 후 외부에서 육안으로 볼 때 갱도 입구 주변만 무너져내리고 산등성이 지세는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날 폐기행사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참관한 우리나라 및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등 5개국 취재단에게 2, 3, 4번 갱도의 입구와 내부 일부를 사전 공개했다.

갱도의 통로 안에는 폭약선이 거미줄처럼 쳐져 있었고 비교적 어두컴컴했다.

북한측은 이날 오전11시 핵실험장 북쪽 2번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4시17분경까지 4번 갱도, 3번 갱도 및 막사 관측소 등을 연달아 폭파했다.

이날 폭파에서 제외된 동쪽 1번 갱도는 지난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을 했고, 당시 갱도 일부가 이미 무너져 내려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북측 관계자는 "1번 갱도는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많이 무너져 내려 없앴다"고 설명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폭파 등 폐기행사에 대해 취재단에게 "핵시험장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갱도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하는 동시에 현지에 있던 일부 경비시설들과 관측소들을 폭파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며 "현재까지의 측정 자료에 의하면 방사성물질 누출 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생태환경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신취재단은 앞서 방사능 측정기 등을 압수당해 현장에서 방사성물질 누출 여부를 측정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1시47분경 취재단은 4번 갱도와 300m 가량 떨어져 있는 2차 관측소에 도착했고 여기서 북한 당국은 오후2시17분 4번 갱도와 단야장을 폭파했다. 오후2시45분에는 생활건물 5개동을 폭파해 거대한 연기가 일었다.

이날 함경북도 풍계리에서의 취재를 마치고 25일 오전 원산 숙소로 돌아온 외신취재단은 26일 오전11시 원산발 고려항공 전세기를 타고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한다.

북한 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마치고 25일 원산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5개국 외신취재단에 대한 보안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취재단 일원인 윌 리플리(Will Ripley) CNN 기자에 따르면, 취재단은 창 밖을 보지 못하고 호텔 밖을 나가지 못한다고 전해졌다.

   
▲ 사진은 외신취재단이 관측소에서 갱도 폭파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미국 CNN 방송영상 캡처

   
▲ 사진은 북한 군인이 2번 갱도 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미국 CNN 방송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