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계열사 인수전에 적극 나설 가능성 높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시장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주사 체제로 개편된 우리은행이 보험과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전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우리은행 본사 전경./사진제공=우리은행


25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사회, 금융당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이해 관계자들의 협의를 거쳐 지주사 전환 절차를 밟고 있으며, 지주사로 전환하면 부동산신탁회사, 캐피털사 등 소규모 계열사를 먼저 사들인 다음 장기적으로 증권사, 보험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금융 지주사 전환을 공식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첫 금융지주사였던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효율적인 정부 지분 매각을 위해 해체된 지 4년만이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비(非)금융지주사다. 앞서 200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금융지주 체제를 갖춘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됐다. 그러나 외환위기의 여파로 13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민영화 과정에서 증권‧보험‧자산운용사‧저축은행 등 계열사를 매각하고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됐다.

우리은행이 이번에 지주사 전환을 꾀하는 배경은 은행 체제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은 자회사 7개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 수익구조에서 은행이 자치하는 비율이 절대적이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순이익은 연결기준 1조5301억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수익이 1조2761억원을 차지한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은행과 함께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부문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을 통한 자회사 출자를 늘려 수익구조를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인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시장에서 경쟁이 불리했다”면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후 우리은행의 정부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언급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금융권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현재 은행법상 자회사 출자한도가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지주사로 전환되면 은행법이 아닌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받게 되면 출자여력이 자기자본의 13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은행의 출자 여력은 현재 7000억 원에서 7조 원 가량으로 11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비은행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교적 자금이 적게 들어가는 자산운용사나 부동산신탁회사 등을 중심으로 M&A를 우선 검토 중에 있다”며 “대규모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보험사나 증권사의 경우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인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