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본격적인 지방선거 레이스가 시작됐지만 바른미래당은 공천을 둘러싼 각종 잡음으로 홍역을 치른 상태다. 당 내 곪아있던 계파 간 갈등이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8일 바른정당 1호 영입인사인 박종진 송파을 후보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섰다. 같은 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해당 선거구에 '손학규 전략공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송파을과 노원병 등은 오는 6월 국회의원 재선거가 진행될 지역이다.

박 후보는 "당이 안철수 개인의 사당이냐"며 "(당 지도부는) 서울 송파을 재선거 공천과정에 송파구민과 당원의 뜻은 안중에도 없고, 밀실공천을 행하려 한다"고 날을 세웠다. "3등 후보라서 공천을 확정할 수 없다면 당은 전국적으로 전략공천 해야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박 후보는 당 내부적으로 공천과 관련한 갈등이 있음을 시사했다. 재선거 선거구를 두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알력다툼이 있다는 취지다.

박 후보는 "(당 지도부 가운데 일부는) 두 선거구가 국민의당의 것이었단 걸 강조했다"며 "어떻게 노원병과 송파구가 국민의당의 지역구냐. 정확히 말해 최명길 전 의원은 민주당 때 당선됐으니 그 곳은 민주당 지역구인가"라고 말했다.

해당 논란은 25일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송파을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일단락됐다.

공천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노원병에서도 있었다. 단수 공천이 유력한 바른정당 출신의 이준석 당협위원장을 두고 안 후보의 측근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공천을 신청하면서부터다. 이후 김 교수가 중도에 사퇴하면서 논란은 종결됐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한 인사는 공천논란이 계파갈등과 연관이 있냐는 '미디어펜'의 질문에 대답을 회피했다.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안 후보에게 해를 끼치는 게 된다"고도 했다.

이처럼 당이 갈등으로 내홍을 겪는 데에는 두 개의 정당이 하나로 합당한 이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으로 출범한 바른미래당은 약 4개월 만에 전국 단위의 선거를 맞이했다.

진수희 전 서울시당위원장은 21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인터뷰에서 "당의 화학적 결합이 덜 된 상태에서 지금 선거를 치른다는 지적은 뼈아프지만 맞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 내부에서도 진 전 위원장과 맥을 같이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합당 전 이념과 정책에 있어 차이를 보인 두 정당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설명이다.

당 내부의 한 관계자는 "당이 합쳐지면서 이념·정책적 지향성이 특정 방향으로 더 치우쳐졌다"며 "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유승민 공동대표./사진=바른미래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