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소통하는 풀뿌리 시민운동…참여연대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등 몇 몇 사건으로 이미지를 구겼지만 참여연대는 우익세력에게 일종의 모범 사례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지금은 지나치게 권력화 돼 위선과 탐욕의 이미지가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게 필자 생각이다. 참여연대 하면 대부분 우익에는 한미FTA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 파병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과 같은 이념, 정치투쟁의 이미지가 강하다.

일반 대중에게도 그럴까. 2014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사회기관 신뢰도에서 시민단체는 언론(10.6%), 종교(9.2%), 대학(8.7%), 정부(6.9%), 사법부(6.1%), 기업(4.0%), 국회(1.5%)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09년 리얼미터가 실시한 주요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도 시민단체는 타 기관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도(42.3%)를 얻었다. 최근 여론은 어떤지 구체적인 수치는 발견할 수 없었지만 과거부터 시민단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보건대 이런 추세가 확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익이 비난하는 참여연대의 진짜 힘

참여연대는 2018년 기준으로 약 1만5000여명에 달하는 회원 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좋던 싫던 참여연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필자가 이 기회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참여연대의 이념과 정치성이 아니다. 참여연대가 그런 면에서 욕을 먹긴 하지만 우익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전에 참여연대가 일반 국민의 호응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생활운동으로 대중을 파고들며 꾸준히 소통해 왔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참여연대의 위상은 이념, 정치투쟁으로 구축한 것이 아니라 국민생활최저선 확보 운동, 이동통신요금인하 운동, 반값등록금 도입 운동, 중소상인살리기 운동, 청소년 아르바이트 권리 찾기 힘내라 알바 캠페인, 생활임금 제도 도입 운동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의 방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참여연대가 25년여의 시민운동 역사 속에서 이미지를 구축해온 대부분의 노력과 성과가 국민 실생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 참여연대는 2018년 기준으로 약 1만5000여명에 달하는 회원 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참여연대 25년여의 시민운동 역사 속에서 이미지를 구축해온 대부분의 노력과 성과가 국민 실생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진은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등 6개 통신,소비자 시민단체가 지난해 8월 광화문 광장에서 통신비 선택약정할인율 인상하고 기존 가입자에게도 적용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참여연대의 활동은 현재도 여전하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같은 경우 참여연대는 채용 비리로 입사 전형에서 탈락한 불합격자들 민사소송을 대리하는 등 청년층의 분노를 다독이고 있다. 야당 압박하는 정치적 측면도 없지 않지만, 어찌됐든 20~30대 청년층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면도 분명 있는 것이다. 대중과의 소통을 통한 풀뿌리 시민운동이 어디 참여연대 뿐인가.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를 자랑하는 작금, 청년층의 실업 고민과 고통 그리고 폭발 직전에 이른 젠더갈등을 고민하는 시민단체들 면면을 봐도 거의 좌익일색이다. 보수궤멸을 한탄하기에 앞서 우익이 고민해야 할 것들은 바로 이런 한심한 현실이다.

우익성향 시민단체 중 실생활에서 소외되고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을 대변해주는 단체가 있기나 한가. 그동안 뭘 했는지도 잘 모를 단체들이 무슨 선거판이 열리기만 하면 우르르 나서서 보수입네, 우익입네 하며 정치투쟁에만 열을 올리는 꼴만 횡행하지 않나. 무슨 판마다 안 끼어드는 데가 없는 낡고 진부한 운동가들과 시민단체가 끼어 든 이번 서울교육감 단일화 판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꼴불견이었는지, 단적인 예다.

시민운동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문재인 대통령만 반대하면 애국자가 되고 우익이 되는 수준의 낡은 정치투쟁에만 함몰돼서는 우익이 진보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젊은피를 수혈한답시고 영입한 인재들이 대부분 정치투쟁이나 하던 꾼들로 진짜 실력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우익 전체에 퍼져 있는 이런 천박한 풍토에 기인한다.

대중 속에서 일자리가 사라져 먹고 살기 어렵다고 비명이 나와도 우익은 이런 목소리를 담을 줄도, 담을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드루킹 게이트만 해도 국민여론이 실생활에서 조작당할 수 있다는 네이버란 핵심 문제가 빠진 채 김경수 전 의원이 돈을 받았느니 안 받았느니 정치 이슈만 남았다.

문재인 정권 실정을 다각도로 분석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생활의 문제로 봐야하는데 무슨 이슈든 정치화로 변질시켜버리고 마는 우익의 상투적 관점이나 투쟁문화 탓도 적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아무리 폭발력이 강한 이슈라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고 마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국민과 괴리된 우익운동도 하나의 큰 원인이 된다는 얘기다.

모든 것이 정치와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는 우익의 헛똑똑이들은 우익의 지리멸렬을 단지 정치투쟁이 모자라서, 전략의 부족으로 치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라는 것은 직접적인 정치행위 뿐만이 아니다. 오늘의 참여연대라는 막강한 정치권력은 이 단체의 정치투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풀뿌리 시민운동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익 시민단체가 참여연대를 보고 반성하고 배워야 할 부분은 바로 이런 점들이다. 필자의 지적이 "참여연대처럼 권력을 가지려면 그렇게 따라 하라"로 읽히지 않았으면 한다. 참여연대의 지나친 정치개입과 권력지향성은 분명 비판되어야 하고 견제되어야 한다.

다만 참여연대가 그런 권력을 얻기까지 오랫동안 걸었던 시민운동의 기본, 일관성을 우익이 보고 배우라는 것이다. 그런 기본도 없이 시민운동을 3류 유사정치판으로 만들어 값싼 이합집산에 이전투구나 벌여서는 우익은 늘 패퇴할 수밖에 없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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