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민연금공단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4월 기금이사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추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인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공모설’마저 제기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의 신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찾는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직은 물경 620조원이 넘는 돈을 관리하는 명실상부한 자본시장 최고의 실세 자리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기금이사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추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자리는 공단 기금이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국민연금 이사장이 임명한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통상 기금이사추천위원회로부터 추천을 받은 복수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임명했다. 

지난 2월 19일 시작돼 3월 5일 마감된 기금이사 공모에는 모두 16명이 도전장을 냈다. 이 가운데 8명에 대한 면접이 지난달 3일부터 진행됐고, 같은 달 중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와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등 3명에 대한 이사장 추천까지 진행됐다. 

무난하게 이들 중 한 사람이 신임 CIO직에 임명될 것으로 보였지만 이후부터의 과정은 ‘올스톱’ 됐다. 한 달 넘게 최종 후보 선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작년 7월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의 사직 이후 이어진 국민연금 CIO 공백 기간은 이로써 10개월을 훌쩍 넘겨 만 1년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는 조인식 해외증권실장의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연금 CIO 공백이 길어진 상황에 대한 부작용은 이미 노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현대차그룹이 스스로 거둬들인 지배구조 개편안 추진 과정이 그렇다.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찬반 의결권을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기기로 한 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무책임하고 방관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IO 장기 공백이 이어지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상황’이 도출된 것으로도 해석될 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비단 현대차만이 아니라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CIO 공백의 부작용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달이 되면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재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2018년 기금평가결과’에서 “기금운용본부장의 공백이 10개월째인데도 체제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바 있다. CIO 공백에 대한 ‘책임론’이 이곳저곳에서 불거져 나오는 형국이다.

이러한 사태의 근본원인은 국민연금 CIO 자리에 지나치게 많은 기대와 시선이 쏠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다른 고위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만큼은 국민연금 CIO가 ‘대통령’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전제하면서 “자리가 주는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적임자를 찾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각에선 ‘재공모설’마저 흘러나오고 있어 추가적인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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