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가 삼성증권의 이른바 ‘유령주식’ 사태 이후 논란이 된 공매도를 폐지하지 않고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높은 대여 수수료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확대되는 모양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길을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삼성증권이 일으킨 이른바 ‘유령주식 배당사태’ 이후 53일 만에 ‘주식 매매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매도 개선안을 함께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삼성증권 직원들이 유령 주식을 매도한 것이 ‘무차입 공매도’ 아니냐는 논란 이후 공매도 폐지론이 힘을 얻자 당국이 진화에 나서는 차원에서 나오게 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하는, 이른바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 전략을 의미한다.

현행 공매도에 대해서는 신용도가 높은 외국인과 기관이 쉽게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수 있는 반면 ‘개미’ 투자자, 그러니까 개인들은 주식 대여 자체가 쉽지 않아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물론 그 반대편에는 높은 대여 수수료 문제 등이 걸려 있어 개인들이 공매도를 적극 활용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개인들이 공매도에 나설 수 있는 길을 넓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단 금융당국은 증권금융을 통한 개인 투자자들의 대여 가능 주식 종목과 수량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개인이 주식을 빌리는 방법은 증권금융을 통해서인데, 빌릴 수 있는 종목은 지난 4월 말 기준 95개-205만주 밖에 되지 않는다. 당국은 증권금융의 대여 주식 선정 기준을 완화시켜 최소 대여 동의 계좌 수를 현행 100개 계좌에서 70개 계좌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100개 아닌 70개 계좌에서만 특정 종목의 주식 대여를 동의하면 담보로 맡긴 주식을 개인에게 빌려줄 수 있다는 의미다.

개인 물량 외에 증권사 등 기관으로부터 확보한 물량도 대주 가능 주식에 포함시키기로 한 점도 특이사항이다. 지난 28일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공매도의 장점은 살리고 문제점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수용하려고 했다”면서 제도 변화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공매도란 애초부터 일반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제도인 만큼 문턱을 낮춰봐야 혜택이 고루 퍼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당국이 공매도 자체를 금지시킬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음을 감안하면 그나마 나은 조치”라면서도 “평범한 일반 투자자들이 누릴 만한 변화라 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식 대여 물량을 늘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실효성 논란이 있다. 당연히 개인의 공매도 비율도 늘긴 하겠지만 이는 자금력이 풍부한 일부 ‘슈퍼개미’들에 한정된 얘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기관 투자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 역시 바뀌지 않는 만큼 추가적인 비판이 나올 여지는 상존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와 기관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는 당국의 제도 개선으로 바뀔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없애라던 제도(공매도 제도)를 오히려 확장시킨 셈이라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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