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현재는 앞서는 부분이 더러 있지만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역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빨리 비전을 세우고 합심해야 하는데 이해관계만 따지면서 제대로 되는 것이 없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비관적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리의 현 주소를 이 같이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은 뛰어 가는데 우리의 지원정책은 정치권의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컨트롤타워 역할도 지지부진하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는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경제 선진국은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IT 코리아’의 신화가 조만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 LG전자가 CES 2018에서 전시장 입구에 곡면 55형 올레드 246장으로 초대형 올레드 협곡을 설치했다. /사진=LG전자 제공

현재 우리 경제는 반도체가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1~3월 수출동향을 살펴보면 반도체 수출은 249억9000만달러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반도체 경쟁력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 가능성이 존재하고,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도 중국산 제품이 대량 공급되면 시장을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IT코리아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2, 제3의 반도체’와 같은 기술우위 산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보다는 비관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우리와 경쟁국들의 4차 산업혁명 기술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 4차 산업혁명 12개 분야(바이오·사물인터넷·우주기술·3D프린팅·드론·블록체인·신재생에너지·첨단소재·로봇·인공지능·증강현실·컴퓨팅기술) 기술 수준 을 100으로 했을 때 중국(108), 일본(117), 미국 (130)에 모두 뒤지고 있다. 5년 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쟁 열위에서 판을 뒤집기 위해서는 신선한 ‘한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에는 물음표만 가득하다. 신기술과 신사업의 혁신, 연구개발(R&D)을 지원하겠다는 거창한 말잔치뿐이다. 이해관계에 얽매이면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역시 확실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규제프리존과 규제샌드박스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업계의 절박한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만 되고 있다.

당분간 ‘4차 산업혁명’이란 키워드는 또 다시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에 온 신경이 집중되면서다. 하반기에도 대북관련 이슈가 정부와 정치권의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의 끝자락에 서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기술과 노하우가 없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3등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정부-정치권-기업의 ‘팀플레이’가 한국 경제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지원과 관심 전향적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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