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집중시킬 인물 부족"…"민생·경제 이슈에서 야권에 승산 남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6·13 지방선거가 연일 내·외부에서 터져 나오는 이슈에 매몰된 모양새다. 지선 전날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정상회담이나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일명 드루킹 사건) 등이 판세를 흔들면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의 '깜짝 월북'이나 김 위원장의 '농담' 같은 사소한 것들은 물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평화협정을 골자로 한 '판문점 선언'까지 남북정상회담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동시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남북관계가 얼어붙었던 지난 보수정권을 비판하며 자유한국당 등 대야(對野) 공세 수위를 높였다. 또한 청와대발 '대통령 개헌안'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야권 전체를 지목하며 '개헌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정상회담을 앞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금까지 외교안보를 정치의 도구로 활용한 보수정권과는 달리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면서 한반도 민족의 번영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난 9년 간의 보수정권 전반의 책임론을 끌어낸 것이다. "야당은 입으로 '개헌 개헌' 하지만 행동은 전혀 옮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원식 의원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거는 기대가 너무나도 크다"며 "6월 개헌이 대선불복 정쟁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야당의 온갖 훼방으로 31년 만에 찾아온 국민개헌의 소중한 기회가 결국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공세는 평화무드로 접어든 남북관계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지금의 지지율이 좀 더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지지율을 개헌 추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 깔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본회의에 상정된 개헌안은 야권 측 불참으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지만 이에 대한 책임론도 야권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자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발끈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이 '알맹이'가 빠졌다는 주장을 펼쳤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진행될 북미정상회담에서 PVID(영구적이며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미 당국에 보낼 서한을 공개하며 "이번 회담이 북핵폐기에 있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완전하고 영구적인 북핵폐기를 못 하면 이후 사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가 여전하기 때문에 낙관적 기대만으로 미북정상회담을 바라보기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야권 전반에서는 개헌 추진 과정에 있어서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개헌안 발의에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오는 지선에서 '야당은 반 개헌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헌안이 처리되지 못한 지난 24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은 각각 논평을 내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와 민주당이 개헌안 표결을 강행한 것은 개헌무산의 책임을 야당에게 돌려 지방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술수"라고 꼬집었다. 김삼화 바른당 원내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찬반 프레임을 유도하려는 여당의 정략이자 몽니"라고 비난했다.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논평을 냈다.

최근 본회의를 통과하고, 정부가 공포안을 심의·의결 한 '드루킹 특검법'도 여야 정쟁의 이유가 됐다. 특검을 도입하게 된 이유가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정권의 충견으로 추락했다"며 "이기붕의 자유당 시절에도 이렇게까지 타락하진 않았다"고 일침했다. 드루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미진한 점을 지적하며 "청와대까지 가세한 드루킹 사건을 보니 이는 정권말기 현상"이라고도 꼬집었다.

이처럼 여러 사안이 선거에 앞서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유권자들이 지선에 가지는 관심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에게 유리한 판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선거판에서 부각되던 '인물'의 부재는 이번 지선이 흥행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라는 견해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남북문제가 지방선거를 강타할 거대한 이슈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원래 지선의 경우 인물이 부상하며 관심을 끌게 되는 데 이번에는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인물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선에 앞서 선거지형 자체가 (여당에) 기울어져 있다. 국민들은 '선거 끝났다'고 보는 여론이 많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드루킹 사건 등 반등의 여지가 남아있고, 지선과 직접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할 '민생·경제' 이슈에서 야권이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논리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중소·영세 상공인들이나 지역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모두 불만에 있는데 이들이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해 봐야 안될 것'이라는 자포자기적 심정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 30일 오후 홍준표 공동중앙선대위원장은 경북 상주시 황천모 상주시장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아 격려하고 상주 중앙시장도 방문했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