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NH투자증권이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두 번째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게 되면서 길었던 한국투자증권 독주체제에 변화가 생겼다. 증권사 간 경쟁체제로 바뀌는 발행어음사업이 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세 번째 인가는 KB증권이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30일 국내 초대형IB 중 두 번째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안을 의결했다고 같은날 전격 발표했다.

   
▲ NH금융 산하 NH투자증권이 국내 초대형IB(투자은행) 중 두 번째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발행어음업은 국내 5대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투자증권만 영위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드디어 경쟁체제가 펼쳐지게 됐다. 후발주자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자기자본을 보면 NH투자증권이 4조 7811억원으로 4조 2157억원의 한국투자증권보다 5000억원이상 앞선 상황이다. 

현행법상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결국 후발주자인 NH투자증권이 한국투자증권보다 1조원 정도 더 많은 자금조달 능력을 확보한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의 약관 심사에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은 6월말 무렵부터 판매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관건은 NH투자증권이 어느 정도의 금리를 소비자들에게 제시할지에 달려 있다. 일단 한국투자증권은 1년 만기 기준 연 2.30% 상품을 내놓고 현재 운용 중이다. NH투자증권 역시 비슷한 금리의 상품을 내놓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 안팎의 예측이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연1.7~1.8% 수준인 점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3월말까지 무려 2조 2000억원의 발행어음을 판매하는 호실적을 냈었다.

여세를 몰아 NH투자증권은 올해 안에 1조 5000억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발행어음은 고객에게 안정적인 고수익 단기 자금 운용 수단이 될 뿐 아니라 기업에는 기업금융 자금으로, 회사에는 새로운 수익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발행어음 인가요건을 갖춘 나머지 3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KB증권‧삼성증권)의 인가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나마 KB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내달 만료될 예정이라 KB 정도가 3호 인가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KB증권은 합병 전 현대증권 시절 ‘불법 자전거래’로 금감원으로부터 일부 1개월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으며,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조항 위반 사실이 함께 적발돼 ‘기관 경고’ 조처를 받았다. 이 제재는 내달 25일 만료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B증권이 내달 26일 이후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전체적으로 많은 변화가 수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의 인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까지 받고 있다. 아직 조사 일정조차 정확히 나오지 않아 연내 인가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사실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데다 최근 사상 초유의 ‘유령주식 배당오류’ 사고까지 낸 터라 인가 가능성이 더욱 낮다. 사태와 관련된 삼성증권 임직원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신사업 가능성은 요원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