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최근 10개 정부기관이 대한항공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나 조사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 일가의 법적 과실을 질책하면서도 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이로 인한 경영공백 등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사진=미디어펜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 회장 일가와 대한항공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정부기관은 검찰, 경찰, 관세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 5곳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농림축산검역본부, 최근 교육부까지 총 10곳이다. 

앞서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재무본부 사무실 등에 수사관 30여 명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배경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탈세와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이 지난 24∼25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압수수색과 28∼29일 한진 관계사 등 압수 수색에 이어 세 번째 진행되는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같은 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해 특수폭행, 상습폭행, 상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이사장이 지난 28일과 30일 두 차례 경찰에 출석해 각각 15시간, 11시간씩 강도 높은 조사를 마쳤다. 

관세청은 지난 한 달 동안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을 5번이나 실시했다. 지난달 21일 총수일가 자택과 인천공항 사무실 조사를 시작으로 23일, 5월2일, 16일, 21일 대한항공 본사와 관계사 등이 대상이었다. 6일에 1번 꼴로 압수수색을 벌인 셈이다. 관세청은 또 내달 4일 조현아 전 부사장을 소환해 밀수 및 관세 포탈 혐의를 캐물을 예정이다. 

전날 교육부도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 편입학 관련 사항 조사에 돌입했다. 조 사장이 1998년 미국에서 2년제 대학을 다닌 뒤 인하대 경영학과 3학년으로 부정 편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조 사장의 부정 편입학 건은 20여 년 전(1998년) 교육부에 의해 조사가 완료된 사안임에도 재조사에 돌입한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8명의 수사팀을 꾸려 한진 일가의 특산물 과일 밀반입 경로와 총수 일가 출입국 기록 확인 중이다. 고용부도 대한항공에서 벌어진 '갑질' 등 일련의 사건들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관계법상 어긋나는 부분이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나서서 주주권 행사를 결정했다. 대한항공 일탈 행위에 대해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 등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조 회장 일가의 법적 과실을 질책하면서도 수사 기관의 ‘재벌 길들이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오히려 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이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네이버의 한 누리꾼은 “죄는 밉지만 여러 곳의 정부 부처가 달려들어 조사했다니 이것 또한 정부의 갑질은 아닌지?”라는 내용의 댓글을 게재했다. 또다른 누리꾼도 “검찰, 경찰, 국세청, 국토부 모두 대한항공의 특혜를 받은 자들인데 대한항공을 수사한다는 것이 수상하다”고 했다.

반면 또다른 누리꾼은 “압수수색만 하다가 다른 이슈가 제기되면 흐지부지된 적이 많아 우려스럽다”며 “증거를 은폐하기 전 신속한 수사를 통해 잘잘못은 빨리 가려내고 기업이 정상적 경영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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