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마무리 투수들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경기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고개를 떨군 마무리 투수는 팀 동료들과 팬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5월 31일 펼쳐진 프로야구 5경기 가운데 두 경기에서 9회 대역전극이 연출됐다.

사직구장에서는 LG 트윈스가 롯데 자이언츠에게 7-10으로 뒤지던 경기를 9회초 대거 4점을 뽑아 11-10으로 역전승했다. 잠실구장에서는 두산 베어스가 2-4로 뒤지던 9회말 역시 대거 4점을 뽑아내며 6-4로 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역전승한 LG나 두산 입장에서는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을 일궈내 기쁨이 두 배였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반면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한 롯데, SK는 여간 속이 쓰린 것이 아니다. 두 팀 모두 마무리 실패가 부른 참사여서 충격파가 크다.

롯데가 10-7로 앞선 가운데 3점 차 리드를 안고 9회초 붙박이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경기 매조지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손승락은 여유 있었던 점수 차에도 불구, 5안타를 두들겨 맞으며(고의4구 1개 포함) 4실점이나 해 역전을 허용했다.

SK 신재웅은 4-2 리드를 지키러 9회말 등판했다가 4실점하고 두산에 경기를 내줬다. 3안타를 맞았는데 그 가운데 최주환의 끝내기 3점홈런이 포함돼 있었고, 결정적 수비실책까지 나와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마무리 투수라고 매번 잘 던질 수는 없다. 때론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연속된 불지르기로 패배를 불렀다는 점에서 팀이나 팬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손승락은 앞선 등판이었던 29일 LG전에서도 3-2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초 3실점해 역전을 허용했다. 롯데는 이번 LG와 홈 3연전을 스윕 당하며 9위로 떨어졌는데, 손승락이 제 몫만 해냈다면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가져올 수 있었다.

신재웅도 앞선 등판이었던 27일 한화전에서도 무너진 바 있다. 마무리 상황은 아니었지만 4-4로 맞선 9회 등판해 한 이닝은 잘 넘겼으나 연장 10회초 볼넷과 안타, 실책 등으로 3실점해 패전투수가 됐다.

손승락은 대체 불가한 롯데의 붙박이 마무리 투수이고, 신재웅은 시즌 도중 팀 사정상 마무리를 떠맡은 차이는 있다. 어쨌든 뒷문을 책임져야할 투수가 와르르 무너지며 대량실점해 경기를 망치는 상황이 연속해서 벌어진 것은 팀 분위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단 손승락과 신재웅만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올 시즌 최고 마무리 투수로 거듭나며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 정우람(19세이브)을 제외하면 각 팀들은  '마무리의 방화쇼'를 숱하게 경험했다. 

디펜딩 챔피언 KIA는 김세현의 최악 부진으로 임창용이 다시 마무리를 맡았으나 기복있는 피칭에 조마조마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1위를 달리는 두산도 김강률이 부진해 함덕주에게 뒷문을 맡기고 있다. LG 신예 마무리 정찬헌도 자리를 잡기까지 쓴맛을 본 적이 몇 차례 있었다. NC는 임창민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넥센은 조상우가 개인적인 일탈로 전력 제외돼 돌려막기식 마무리 운영을 하고 있다.

뒷문이 허전하다보니 이제 각 팀들은 후반까지 3~4점차로 앞서고 있어도 안심하지 못한다. 전반적인 투고타저 속 한 방을 갖춘 힘있는 타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마무리투수들의 수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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