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은행장 "회장 지시 받은 적 없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구속기로에 놓으면서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직 시중은행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금융권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채용비리 의혹을 받았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전례에 비춰 이번 함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구속여부를 단정할 수 없는 만큼 하나은행 측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사진제공=하나은행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행장은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함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함 행장에 대한 구속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함 행장은 서울서부지법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심문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채용비리와 관련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없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한 신입사원 채용에서 사외이사나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에게 임원면접 점수를 높여 부정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년 신입채용 과정에서 인사청탁을 받아 6명의 지원자를 부당하게 채용하고,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하는 등 총 13건의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또한 2013년 하반기 신입채용에서 남녀비율을 4대1로 정한 후 낮은 점수대 남성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등 성차별 채용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하나은행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지난 3월에는 하나은행 인사부장을 지낸 송모씨와 강모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의 칼날이 하나은행 윗선을 정조준하면서 은행 측은 말을 아끼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이를 지켜보는 은행권도 당혹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이 매우 이례적으로 현직 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금융권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함 행장에 대한 구속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권 전체에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채용비리 혐의에 고위 임원들이 연루돼 있는 만큼, 금융권의 채용비리가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전례에 비춰 봤을 때 이번에도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고 있다. 하지만 함 행장에 대한 구속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다.

은행권의 관계자는 “검찰이 현직 시중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은행권에서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금융권의 채용비리가 새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