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거기가 어딘데??'가 첫 방송돼 '뭐 하는 예능인데?'에 대한 궁금증 해결의 서막을 열었다.

1일 밤 첫 방송된 KBS2 새 예능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에서는 배우 지진희와 차태현, 개그맨 겸 방송인 조세호, 모델 출신 방송인 겸 배우 배정남이 '제1대 연예인 탐험대 출범식'을 갖고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으로 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거기가 어딘데??'는 KBS2의 주말 간판예능 '1박2일'을 연출했던 유호진 PD가 예능 복귀작으로 내놓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또한 예능에 처음으로 고정 출연하는 지진희를 비롯해 조세호를 제외하면 웃음과는 거리가 있는 멤버 구성으로 주목 받았다.

   
▲ 사진=KBS2 '거기가 어딘데??' 홈페이지


'예측 불가한 대자연의 위대함을 직접 체험하는 탐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는 기본 콘셉트는 SBS '정글의 법칙'을 연상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날 첫 방송에서 보여준 내용은 여행 또는 탐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봐왔던 익숙한 내용이었다.

멤버들이 처음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각자 프로그램에 합류한 사연이 있을테니 일단 이목 고정. 특히 예능에 도전장을 내민 지진희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지진희는 "40대가 되면서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탐험의 목적, 장소, 진행 방식 등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다. 사막을 횡단할 것이라는 사실에 멤버들은 기대(?)에 찬 두려움을 나타냈다. 사막 탐험 전문가의 3박4일 사막 횡단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멤버들의 역할 분담도 이뤄졌다. 탐험대 대장으로는 만장일치로 지진희가 뽑혔다. 유호진 PD 등 제작진과 인연이 있는 차태현이 정보 담당을 맡았다. 조세호는 보건, 배정남은 급식을 담당하기로 했다. 

오만으로 향한 멤버들은 현지 공항에서 뜻밖의 환대를 받으며 한류의 위력을 실감했다. 이국적인 풍경을 만끽하며 마트에 들러 식량 등을 구입했고 강렬한 햇빛, 뜨거운 날씨와 모래바람을 직접 느끼면서 걱정도 키웠다.

   
▲ 사진=KBS2 '거기가 어디데??' 방송 캡처


사막으로 향하는 길이 너무 멀어 이미 지친 기색을 보인 멤버들은 "힘들다" "죽겠다"를 연발했다. 사막 근처에 도착해 본격적인 탐험에 앞서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낙타 2마리에 실을 짐을 나눠서 싸고 식량을 끼니별로 분배하느라 분주했다. 그렇게 사막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치는 것으로 첫 방송은 마무리됐다. 

'거기가 어딘데??' 첫 방송은 일단 무난한 출발을 했다. 익숙한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시청자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출연자들을 험난한 곳에 던져놓고 생고생하는 모습을 통해 재미를 찾는 방식은 '1박2일'에서도 깨알같이 보여줬거나 보여주고 있다. '정글의 법칙'이라는, 탐험 및 생존에 관해서라면 고전격인 예능도 있다.  

그럼에도 '거기가 어딘데??'가 차별화된 느낌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첫번째 '거기'로 선택한 사막 때문이었다. 여행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막을 다루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잠깐 맛보거나 소개하는 정도였지, 다큐도 아닌데 출연자들이 사막을 생고생하며 횡단하는 것은 처음이다.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성공한 탐험 장소 선정이었다. 

출연자들의 캐릭터도 중요하다. 며칠간 오로지 멤버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모래만으로 방송 촬영분을 채워야 한다. 멤버들의 한 마디 말과 일거수일투족, 서로간의 호흡에서 재미를 뽑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도 기대를 가질 만한 장면이 있었다. 사막에서는 누가 대장을 맡느냐에 따라 대원들의 목숨도 좌우된다는 경고를 받자 차태현은 "예능에서 이렇게 많이 죽는 얘기 듣는 건 처음이다"고 했고, 이를 받아 조세호는 "혹시 4명 중 1명이 죽었으면 하는 건 아니죠?"라는 멘트를 얹었다. 웃음 유발 코드를 보여준 하나의 포인트였다.  

출연자 캐럭터도 중요하다. 연기자로서 젠틀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많이 보여준 지진희는 특공대 출신에 암벽등반이 취미인 상남자였다. 차태현은 '1박2일'을 통해 이런 식의 예능에 단련돼 있기도 한데다 유호진 PD와 친분으로 출연자와 제작진 간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내공이 쌓인 조세호는 김구라 유재석 등 선배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예능감을 발휘할 기회를 얻었다. 배정남의 뜬금없는 행동이나 구수한 사투리는 사막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는 예감을 갖게 했다.

어쩌면 제작진의 편집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게 될 수도 있다. 단조로울 수 있는 내용, 사방을 둘러봐도 사막인 곳에서 어떤 그림을 만들고 이어붙이며, 어떤 자막을 달아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유호진 PD를 주축으로 한 제작진은 첫 회를 통해 그런 부분에서의 재미에 대한 노하우를 갖췄음을 보여줬다.

'거기가 어딘데??'는 '1박2일'이나 '정글의 법칙' 같아서는 인기 예능으로 자리잡지 못할 것이다. '거기가 어딘데??' 자체 브랜드로 성장해야 하고, 그럴 가능성은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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