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사회부 김동준 기자
[미디어펜=김동준 기자]"적은 혼노지에 있다."

일본 역사에서 약 1세기 이상 이어진 전국시대는 오다 노부나가에 의해 통일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교토에 위치한 혼노지에서 자신의 가신 중 하나인 아케치 미츠히데의 반란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혼란의 연속이었던 전국시대는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종결됐지만 지금까지도 '혼노지의 변'으로 일컬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적은 내부에 있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최근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각의 목소리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4선 중진이자 원내대표를 역임한 정우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대표를 겨냥,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고 적었다.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라는 압박을 가한 것이다.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도 "지방선거에서 악전고투하는 대부분의 후보는 당 대표가 백의를 입고 헌신해 줄 것을 고대한다"며 정 의원의 주장에 동조했다.

뿐만 아니다. 당 안팎에서는 '포스트 홍준표'를 둘러싼 파워게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홍 대표의 '백의종군'을 요구한 정 의원은 물론 얼마 전 정계복귀를 선언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김무성·심재철·이주영 등 당 내 중진과 함께 현 원내대표인 김성태 의원의 이름도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린다.

결국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의 패색이 짙어지자  '잿밥'에만 관심이 쏠린 모양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선거판에 팽배한 가운데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작금의 난국을 헤쳐나가려는 생각은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진정성을 보여야 할 시점에 단합은커녕 정치적 내홍만 키우는 현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24.03%',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된 와중에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홍 대표가 얻은 득표율이다. 혹자는 'TK(대구·경북)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평했지만, 진정으로 '견제와 균형'에 기반한 정치를 원한다면 홍 대표가 얻은 득표율에 나름의 '합리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자민당 장기집권이 일본 사회에 가져온 폐해는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고인 물은 썩는다'는 사실은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지금의 한국당은 지난 대선과 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의문부호가 붙는다.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선거차에 올라 마이크를 들고 '한 표'를 호소하는 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당이 하나 된 모습으로 진정성 있는 호소를 할 때 대중은 반응할 것으로 믿는다. 그것이 당이 가지는 본연의 모습이라고 또한 믿는다.

   
▲ 지난 31일 홍준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부산 해운대구 윗반송 큰시장을 방문했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