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갑작스럽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감독 퇴진이다.

NC 구단은 3일 삼성과의 마산 홈경기가 끝난 뒤 김경문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나고 유영준 단장이 감독대행을 맡아 남은 시즌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단장이 감독대행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김종문 미디어홍보팀장이 단장 대행으로 프런트를 이끈다.

NC는 현재 20승 39패로 꼴찌다. 승률이 유일하게 3할대(0.339)로 처져 있고, 1위 두산과 18.5게임이나 차이가 난다.

NC 구단은 김 감독의 퇴진에 대해 따로 '경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구단 고문으로 예우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시즌 도중 감독을 경질한 모양새다.

   
▲ 사진=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두산 감독 시절 팀을 한국시리즈 단골손님으로 만들었고, 2008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한국에 금메달을 안기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그런 김경문 감독이 2011년 8월 제9 구단으로 창단한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후 김 감독은 명성에 걸맞게 NC를 빠르게 강팀으로 변모시켜 나갔다. 1군리그 진입 첫 해인 2013년부터 6위의 성적을 내며 신생팀의 한계를 일찍 뛰어넘었고, 그 다음해인 2014시즌에는 NC를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놓는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후 NC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참가했고, 2016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NC는 2017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과 3년 20억원에 재계약했다. 2019년까지 팀을 맡기기로 했던 김 감독을 이번에 전격적으로 내쳤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NC는 올 시즌에도 유력한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개막 초반 잠깐 반짝하더니 내리막세를 타 바닥까지 떨어졌고 반등의 기미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성적이 나쁘고 팀 분위기가 처지면 우선적으로 감독 교체를 고려할 만하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NC 창단 감독으로서 그동안 팀에 기여하고 좋은 성적을 이끌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잘 납득이 가지 않는 경질이다. NC가 꼴찌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KKIA와는 9게임 차밖에 나지 않는다. 

59경기를 치른 NC는 페넌트레이스의 약 40%밖에 소화하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시즌 60%를 감독 대행 체제로 가겠다는 것이다.

구단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6월초 시점에서 김경문 감독을 퇴진시킨 것은 최하위로 위기에 빠진 팀을 수습할 능력이 김 감독에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그렇게 무능(?)한가. 그동안 보여준 지도력, 성과와는 차이가 나는 평가다.

물론 성적이 나쁘면 감독이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올해 NC가 꼴찌 또는 하위권 성적을 낸다면 김 감독에게 책임을 물어 얼마든지 경질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시즌 도중이고 절반에도 이르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 감독의 지휘봉을 뺏는 것은 대체로 세 가지 이유다. 하루 빨리 감독을 바꿔 분위기를 개선해 성적 향상을 바랄 때, 이번 시즌 성적은 포기하고 다음을 도모하기 위해 새로운 체제를 만들고 싶을 때, 또는 구단과 감독이 함께 할 수 없는 심각한 갈등 요소가 있을 때다.

NC는 이번 시즌 반등을 노리고 사령탑을 바꾼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팀 체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것일까. 둘 다 명확하지 않다. 전자의 경우라면 경력이나 그동안 보여준 지도력을 감안할 때 김경문 감독이 프로팀 지도 경력이 전혀 없는 유영준 감독대행보다는 아무래도 더 나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아직 NC가 남은 시즌을 포기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문 부호가 붙는다.

그렇다면 구단 고위층과 김 감독 사이에 뭔가 갈등 요소가 있는 것일까.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는 없다.

전격적이고 의외였던 김 감독의 퇴진, 코칭스태프에게 감독대행을 맡기는 대신 프런트의 수장이었던 단장이 선수단의 수장인 감독(대행)을 맡게 된 상황 등을 고려하면 NC 구단 내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감독도 대행이고 단장도 대행인 특이한 상황을 맞은 NC 다이노스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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