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2.2조원 규모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사 계약해지
-현대건설, SK건설 등 비슷한 시기 수주한 사업들도 우려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대림산업이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사와 지난해 3월 체결한 공사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따라 이란 제재 리스크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2.2조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했음을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이 9.5조원임을 감안하면 무려 23.5%에 달하는 수준이다.

   
▲ 대림산업은 지난 1일 2.2조원 규모의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했음을 공시했다./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 사업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400㎞ 떨어진 ‘이스파한’에서 가동 중인 정유시설에 설비를 추가하는 공사가 핵심이었다. 이스파한 정유공장을 개선하는 해당 사업에서 대림산업은 설계부터 기자재 구매, 시공, 자금 조달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아 진행할 계획이었다. 사업비의 경우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인 수출입은행(이하 수은)과 무역보험공사 등의 지원을 통해 약 85%까지 조달할 예정이었다. 

실제 사업 수주 당시 계약서에도 수출입은행과 이란측이 기본여신협정(FA)를 체결한 다음 10개월 안으로 금융 조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수주 계약 해지의 근본적 원인은 트럼프발 이란 경제 제재 강화 기조로 인해 금융 조달이 시한 내 완료되지 않은 데 있다. 금융 계약 조달 시한은 지난 5월 말일까지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계약 발효 요건인 금융조달이 완료되지 않거나 △발주처와 대림산업간의 추가 연장 합의가 없을 경우 계약이 무효화 되는 조항이 존재했다. 이란측과 대림산업은 3개월씩 두 차례 계약 기간을 연장해 왔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미국의 이란 제재로 금융조달이 불가능해지자 추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5월 초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 뒤 이란에 강도 높은 금융제재를 가했다. 

지난해 계약 체결 때까지만 해도 이란 정유 프로젝트는 타 건설사 대비 빠른 사업 전개로 대림산업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플랜트 수주 부진기에 이란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기대도 모았다. 

대림산업의 지난해 플랜트 부문 신규 수주 금액은 2781억원으로, 전년(2조 7549억원) 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움츠러들었다. 대림산업은 올 2월 신규 수주가 부진한 플랜트 사업 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창사 후 첫 무급휴직을 추진하기까지 했다. 

   
▲ 대림산업의 이란 AKPC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건설공사 현장.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대림산업


업계에서는 이란 리스크가 비단 대림산업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 SK건설 등이 지난해 이란에서 수주한 프로젝트들도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함께 지난해 3월 약 3조8000억원 규모의 ‘사우스파 12구역’ 가스전 확장 공사를, SK건설은 지난해 8월 약 1조 7000억원 규모의 타브리즈 정유 공장 현대화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과거 비슷한 사례가 존재하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실제 GS건설은 지난 2009년 이란에서 2조6000억원 규모의 플랜트 건설 공사 프로젝트 2건을 수주했지만, 이듬해 미국이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발표하면서 수주가 무산된 경험이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수주한 이란 프로젝트의 경우 수은과 무역보험공사의 금융 지원 여부에 성패가 달렸다”며 “본 계약 후 수 개월 이내에 금융 조달이 이뤄져야 하기에 시간적으로 촉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란의 경우 미국의 강경한 제재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향후에도 금융 조달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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