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가족이 5일 자신들과 관련된 논란을 직접 해명하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해 정치권 안팎에서 다양한 추측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정치 싸움에 가족이 휘말리지 않도록 회견을 만류했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입장 발표로 오히려 추가 의혹이 증폭될 수 있어 회견을 취소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 사진=이재명 후보 측이 지난 4일 기자들에게 보낸 긴급 기자회견 안내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오후 6시께 '이재명 후보 가족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 하에 긴급 기자회견 소식을 알렸다. 이 후보의 모친과 형제들이 다음날 오전 11시께 수원시 팔달구 소재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연다는 것이다.

이날 회견과 관련된 내용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유한국당이 최근 '형수 욕설 파일'을 당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에 대해 가족들이 해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김 후보 측 선거 캠프 김남준 대변인은 "이 후보는 참석하지 않고 가족들만 회견을 진행키로 했다"며 특이상황을 전했는데 이날 오후 9시께 돌연 회견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취소 이유에 대해 이 후보 측은 "가슴 아픈 가족사를 정치에 악용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모든 걸 감내하겠다는 이 후보의 입장을 반영해 기자회견을 갖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이 후보 측의 해명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이날 취소된 기자회견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에 도전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의혹 해명 입장을 놓고 가족 간 정리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아 결국 회견을 취소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이번 회견을 통해 가족들이 그간 이 후보가 제기해오던 주장과 반대되는 답변을 할 수 있어 발을 뺀 것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 또한 "회견으로 의혹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 의혹이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보여 취소하지 않았나 싶다"며 "이 후보가 취소 의사를 전달한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고 말했다.

   
▲ 사진=이재명 선거 캠프 제공

이 후보의 경우 성남시장 재임 시절 친형과의 갈등으로 형수에게 전화로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어 뒤늦게 곤혹을 치루고 있다.

이른바 '형수 욕설 파일'로 불리는 전화 녹취 파일에 대해 경쟁 후보들이 앞다퉈 이 후보의 인격을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인데, 경쟁 후보들에 의해 추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는 지난달 17일 서울특별시 여의도 소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가 형수 폭언 이유로 '친형의 친모 폭행' 이라는 주장을 내놨지만 폭행 이전 형수에게 욕설을 한 정황증거가 있다"고 새로운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남 후보는 "이 후보가 직접 자신의 SNS에 올린 친형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존속 협박 및 상해 혐의 등 관련)에 따르면 친형 친모 상해 논란 시점은 2012년 7월 15일로 폭언 시점인 6월보다 앞선다는 정황등거들이 있다"면서 "이 후보의 형수 욕설 사건은 폭행 사건 이후가 아닌 그전에 이뤄진 것으로 판단되므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 또한 이 후보가 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직권남용이 있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이 후보의 형수 막말 사건의 본질은 형과 가족을 강압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는가의 문제고, 더 심각한 것은 시장 재임 시 성남보건소 소장 등 공무원이 이 일에 개입됐는가가 핵심이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경우 욕설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등 관련 의혹들에 대해서는 거듭 사실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명을 거듭할 수록 의혹이 거세지고 있어 가족들이 대신 해명에 나서려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후보는 가족들이 정치 싸움에 휘말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회견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김병욱 수석대변인은 5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족들이 이번 상황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 후보의 의견에 의해 회견이 무산됐다"고 추가 해명했다.

이날 김 대변인은 "회견을 열기로 했던 건 이 후보의 추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야 후보간의 네거티브 공세가 지속돼 가족들이 마지 못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것이었다"면서 "수년 전부터 조율해오던 문제다"고 그간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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