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교육감 선거 '진보 압승', 17곳중 12곳 석권...'진보단일 보수분열' 원인

17개 시·도교육감 선거결과가 '보수 참패, 진보 압승'으로 나타난 가운데 앞으로 교육정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감 선거 개표가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2곳 이상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다.

진보교육감 당선이 확실하거나 유력한 지역은 서울(조희연), 부산(김석준), 인천(이청연), 광주(장휘국), 세종(최교진), 경기(이재정), 강원(민병희), 충북(김병우), 전북(김승환), 전남(장만채), 경남(박종훈), 제주(이석문) 등 12곳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인천, 광주, 강원, 충북, 충남, 경남, 제주, 세종 등 8개 지역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지부장 등 전교조 핵심 활동가들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돼 전교조에 많은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선거결과는 지난 2010년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6개 시도(서울·경기·강원·광주·전북·전남)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것에 비해 두 배 가량 더 당선되는 것으로 '지방교육권력'의 전면적인 교체로 평가된다.

◇보수참패, 진보압승, 원인은?

교육감 선거 결과가 '보수 참패, 진보 압승'으로 나타난 것은 보수 진영이 전국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지만, 진보 진영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진보 진영이 시·도별로 단일화를 이루었지만 보수 진영은 전국적으로 후보가 난립해 선거 구도상 보수 성향 후보가 이기기 어려운 선거였다는 분석이다.

진보 진영은 여론조사와 시민참여 투표를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한 반면 보수 진영은 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에 실패한 것은 물론 보수후보 단일화를 위한 기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교육 대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경우 고승덕 후보의 가족사를 둘러싸고 문용린, 고승덕 두 후보가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진보 단일후보인 조희연 후보에 표가 집결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동안 우리 교육의 폐해로 지적된 지나친 경쟁 중심의 교육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진보 성향 후보들이 내세우는 평등 교육, 경쟁 완화 교육에 손을 들어주고, 세월호 참사 여파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교육권력' 교체 의미는?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전국적으로 진보교육감 시대가 활짝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교육의 양적 측면에서 전국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교육적 상징성이 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모두 진보교육감이 당선돼 지방교육 권력이 진보진영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진보 성향 후보들이 그동안 '교육혁신'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교육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진보교육감들은 그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국제중, 자율형사립고 폐지 또는 전환, 무상급식 및 친환경 급식 확대, 혁신학교 확대, 학생안전조례 제정, 선행학습 금지 등 사교육 규제 강화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진보교육감들이 '교육혁신'을 화두로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교육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결과 6개 시·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이후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주요 교육문제를 놓고 소송까지 진행할 정도로 갈등을 겪어온 만큼 '교육 갈등'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관심사다.

또 진보교육감이 '교육혁신'을 내세우며 교육정책의 변화를 추구할 경우 교육의 특성상 한 번 바꾼 교육정책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의 반대가 예상돼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당선이 확실시 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측 인사는 "공약사항이라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충분한 여론수렴을 통해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교육에 미칠 영향은?

지방교육 권력이 전면적으로 진보진영으로 넘어감에 따라 지방교육의 획기적인 변화와 함게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 미칠 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유아교육 및 초·중등교육, 평생교육 대부분이 시·도교육감의 권한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오는 9월 예정된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한국사에 대한 검정 강화 및 교육부의 편수기능 확대, 현직 교사의 시간선택제 교사 전환,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교사에 대한 징계 추진 등 주요 현안을 놓고 교육부와 진보교육감의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진보교육감 시대가 '대세'로 형성된 만큼 진보교육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과거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교육정책 추진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각에 미칠 영향은?

박근혜 정부가 개각을 앞둔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인 만큼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받고 있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정당이나 정치권이 개입할 수 없지만, 보수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을 '방치'한 것이 진보 압승의 결과로 나타난 만큼 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에 대한 전면적인 교체 필요성도 제기된다.

보수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참담한 선거결과를 초래한 일차적인 책임은 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