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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자유로운 한국언론?…입 닫고 귀 막은 덕인가
언론자유 지수 높은 문재인 정권의 위태로운 언론자유 현실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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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6-07 10: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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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유명세를 탄 작품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국내 어느 유명 시인이 노벨상 만년 후보였다는 사실은, 대개의 분야에서 그렇듯 국제상이나 국제적으로 발표된 수치가 가진 빛 좋은 개살구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대중으로부터 받는 사랑과 인정이나 실상과는 괴리가 있는 허상에 그치는 값싼 가치들 얘기다.

얼마 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지난해 63위에서 올해 43위로 20계단 상승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난 4월 중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해마다 발표하는 언론자유 순위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

작년보다 무려 20계단이나 상승했고 조사 대상 180개국 중 43위라니 썩 좋은 성적이다. 그런데 마냥 즐겁지 않다. 묘하게 쓴 웃음이 나온다. 불과 얼마 전 남북정상회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보도지침 논란에 언론계가 발칵 뒤집혔고, 이 위원회가 대표적 오보 사례로 '드루킹 사건'을 들먹이면서 압박하는 모양에 "방심위가 여당 대변인실이냐"는 비난 여론마저 있지 않았나.

이러고도 대한민국 언론자유 지수가 일본(67위)보다, 심지어는 언론자유의 상징적 국가라 할 만한 미국(45위)보다 순위가 높다는 생각까지 미치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자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우리 언론 기능은 지금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나. 언론자유지수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지만 정상적이지 않다는 징후들은 넘쳐난다.

얼마 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리선권이 회담 연기 조치에 대해 묻는 JTBC 기자에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당신은) 왜 그렇게 질문하오?"라고 말하며 보인 고압적인 반응도 단연코 그 하나의 사례다. 리선권의 신경질적인 반응에서 우리 언론이 어느 지경까지 와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언론 1위, 영향력 있는 언론 1위를 매번 도맡다 하다시피 하는 언론사와 언론인이 세기의 핵깡패 집단 북한으로부터 "잘 (보도)하고 있다", "무례하게 굴지 말라"는 칭찬과 꾸중을 받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 4.27 판문점선언 이행 논의를 위해 1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으면서 우리측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통일부 제공

언론자유 지수만 높은 언론탄압국(?!) 대한민국

언론자유 지수와 괴리가 있는 모순된 현실이 그뿐인가. 청와대 대변인이 "대단히 엄중한 시절"이라며 북핵 사태와 관련한 오보를 이유로 조선일보, TV조선을 비판했다. 청와대가 오보라는 기사는 구체적으로 '한미 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 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5월28일·조선일보)', '풍계리 갱도 폭파 안 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5월24일·TV조선)', '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1만달러 요구(TV조선·5월19일)' 등이다.

사실이 아니라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틀렸는지 지적하지 않았다. 다만 '하늘이 내린 기회인데 언론이 그런 보도로 위태로움을 키운다'는 것이다. 요컨대 청와대 대변인이 조선일보를 비판한 내용은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갖든 의심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다가온다.

최고 권력이 오보가 아니라 언론사의 특정 기사 보도 논조에 대해 지적하는 게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 나라는 언론자유가 보장된 나라인가. 더욱 심각한 것은 가장 앞장서 이 문제에 궐기해야 할 언론 대부분이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언론 현실이 비정상이라는 건 KBS와 MBC 등 양대 공영방송 사에서 벌어지는 막장극에서 정점을 찍는다. MBC는 정상화위원회란 불법적 기구를 만들어 과거 보도를 파헤치고 터무니없는 이유로 언론인들 징계와 해고를 남발하는 보복 활극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조만간 KBS에서도 '진실과 미래위원회'란 기구로 똑같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언론인은 무슨 짓을 해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풍조에 필자는 단연코 반대한다. 그러나 아무리 잣대를 낮추어도 지금 이 나라 공영방송사에서 언론인이 언론인을 상대로 벌어지는 일은 정상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 보고서에서 세계 최악의 언론 탄압국으로 지목한 나라는 북한이다.

요즘 한반도 정세가 하늘이 내린 기회인지, 하늘이 내린 심판의 기회인지 모르겠으나 대한민국 최고 권력이 이런 북한에 대한 언론 비판을 못 견뎌한다면 그건 언론자유가 미국보다 높은 나라라는 성적표가 부끄러운 일이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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