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가 지급보증한 자회사의 회사채 부도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등급을 매긴 신용평가사(나이스)와 해당 딜을 주선한 증권사(한화, 이베스트)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채권 평가의 신뢰성을 어디에 둬야 하느냐는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ERCG 사태가 확산 일로다. 지난달 28일 중국교통은행은 CERCG가지급보증한 홍콩 자회사 CERCG캐피탈의 달러표시 채권에 ‘크로스디폴트(Cross Default)’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CERCG가 지급보증한 또 다른 자회사 CERCG오버시즈캐피탈의 약 3800억원 규모 채권도 부도가 나면서 동반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고 말았다.

   
▲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지난달 8일 SPC 크로스디폴트가 발생한 CERCG캐피탈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1650억원어치의 ABCP를 발행했다는 점이다. ABCP는 특수목적회사(SPC)가 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해당 담보자산이 부도를 내면 투자액을 모두 떼일 수 있다.

한편 한화와 이베스트가 판매한 ABCP에는 현대차투자증권이 500억원, BNK투자증권이 200억원, KB증권 200억원, 유안타증권 150억원, 신영증권 100억원이 투자됐다. CERCG가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들 증권사들은 피해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신용평가사의 등급을 믿고 투자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런 한편 신용평가사들은 ‘상품의 리스크 관리는 증권사의 능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3월 13일 CERCG에 A(미공시등급)를 부여했다. 미공시등급의 경우 신평사가 고객의 요청에 따라 공시를 하지 않을 수 있다. 크로스디폴트 사태가 발생하자 해당 미공시등급이 공개가 됐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논쟁이 가열됐다. 신평사 측은 미공시등급이 유출된 점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한화투자증권과 NICE신용평가 등은 지난 4~5일 이틀간 사태 해결을 모색을 위해 CERCG 중국 본사에 방문했다. CERCG 측은 ‘에너지기업 특성상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막혔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발행 ABCP의 만기일은 오는 11월 9일로 아직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지 않았고, CERCG 측이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일단 지켜본다는 게 국내 증권사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ABCP를 보유한 증권사들은 2분기 중 손실처리나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누구 하나의 책임을 묻기 보기보다는 전반적인 위기관리 부실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자산 투자와 관련한 리스크 관리 가이드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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