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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미·북 회담과 그 이후의 상황 예측
핵 타결 안 되면 큰일, 되도 걱정…그게 냉정한 진단
안보문제 외주를 준 '무책임 대한민국' 이대론 안 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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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6-11 10: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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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언론인
6·12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내일로 성큼 다가왔다. 상식이지만 이 회담의 관건은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핵 폐기) 여부다. 그것 아니면 의미가 없으며, 우리가 원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물론 CVID 관철이다. 이 과제에 성공할 경우 30년 가까이 남북한과 동북아 위기를 촉발해온 문제의 근원을 일단 도려내게 된다.

문제는 이게 관철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회담 실패와 함께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그 경우 북에 대한 미국의 응징과 함께 한반도 격변사태로 줄달음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그건 '악의 축' 북한을 국제사회가 제거하는 계기라서 최악의 그림만은 아니다.

엉거주춤한 절충이야말로 최악이다. 모호한 합의→종전 선언→대북 제재 약화로 이어지는 수순이 그것이다. 물론 우리로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믿어야 한다. 단 11월 중간선거에 내놓을 명분이 필요한 그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정치적 선언에 만족할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다. 6·12 미·북 정상회담은 성공-실패-절충의 세 갈래 길에 서있는 셈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동북아 질서가 뒤바뀌는 계기가 분명한데, 이 국면에서 북핵 문제가 타결 안 되면 큰일이지만 설사 타결된다 해도 걱정이란 냉정한 지적을 오늘 나는 하려한다. 어떤 경우건 단칼에 모든 걸 해결할 순 없으며, 이 엄중한 상황에서 만반의 대응책을 강구해두자는 뜻이다.

우선 회담 실패나 엉거주춤한 절충을 할 경우를 가정해보자. 다 아는 얘기이지만, 이 경우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산다는 조건에 변함이 없다. 만일 그 경우 악의 근원을 드러내기 위한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뒤따르겠지만, 그 이전엔 단기적으론 북한의 위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 온다. 언터처블의 핵 보유국가란 이미지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단 이런 상황이 장기 지속될 리 없다는 걸 북한이 먼저 안다. 저들로선 상황 굳히기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고,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 일테면 만만한 대한민국을 볼모로 붙잡아두려 하는 승부수를 김정은이 띄울 수도 있다. 연평도 포격 같은 국지전 도발을 감행한 뒤 "핵이냐, 평화냐 선택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다.

그때 우리의 선택은 극도로 굴종적일 수밖에 없다. 절대무기 핵 앞에 국민들은 거짓 평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5000만 국민이 정말로 북핵의 인질이 돼 예상되는 미국의 군사행동을 평화 지키기란 명분 아래 반대하는 추가적인 움직임도 거세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한미 동맹의 파국도 배제 못한다. 우리에게 그런 고약한 상황에 맞설 힘이 남아 있는가?

유감이지만 태부족하다. 허깨비 정당 자유한국당, 취약한 시민사회, 망가진 언론 때문이다. 실은 미북회담 실패나 절충의 경우에 못지않게 미묘한 게 북핵 위기 타결 이후일 수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최선의 시나리오대로 CVID가 관철된다고 치자. 그래도 쉽게 마음을 놓을 순 없는 게 현실이다.

   
▲ 북한 김정은(사진 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2일 싱가포르서 미북정상회담을 가진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듯이 내일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CVID 관철은 우리가 기다려온 굿 뉴스이지만 핵 폐기란 우리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이란 그림의 한 부분이자, 첫 단추 꿰기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북한은 핵을 가져서 위험한 게 아니라, 기형적인 수령 유일체계의 전체주의 체제라서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내 유지하는 평정심이 포인트다.

다시 말해 뇌관이 완전 해체되지 않은 잠재적 폭발물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의 과제로 남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북회담 성공 뒤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트리려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도 걱정이다. 일테면 미북 회담 성공에 고무된 문재인 정부가 남과 북 사이 사실상의 통일전선을 강화하고, 연방제 통일까지 밀어 붙일 수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우리에게 그걸 억제할 힘이 있는가? 미북 회담 성공 직후 우리가 받아들 게 분명한 계산서 문제도 간단치 않다. 트럼프는 북한 재건에 필요한 재원은 한국과 일본의 몫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북한에 최소 연 300억 달러(32조 원), 10년간 3000억 달러(320조 원)의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북핵 문제가 타결 되도 걱정인 결정적 이유는 별도로 있다. 실은 이 말을 하고 싶어 칼럼을 시작했다. 즉 한 나라의 안보문제를 타국에 내맡긴 채 사태 전개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이 구조적 난제(難題) 말이다. 생각해보라. 이 나라의 안보 문제를 외국에 의지한 채 막상 자신은 방관 내지 여적(與敵)행위로 일관한 게 지난 1년이었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동맹 미국에 등 돌린 채 북한과 한 몸이었다는 의구심을 국제사회에 심어줬다. 그리고 반 문명, 반 인류의 북한이 가진 핵 제거란 과제는 미국에 거의 일임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우리의 국가이성은 과연 온전하고 멀쩡한가?

현단계 대한민국 최고의 정의란 북한 응징이고, 국가 수호라는 걸 잊고 사는 우리는 과연 정상에서 멀다. 어느덧 적과 아군 구별 못할 정도로 망가진 우리가 아무런 노력도 없이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선물을 다시 건네받는다?  선물을 받을 자격도 문제이거니와 앞으로 잘 건사하리란 보장도 없다.

국가공동체가 하나가 돼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원하는 결과가 척척 주어진다는 경우를 가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힘써 일하고 땀 흘리는 걸 거부한 채 로또 당첨만을 기다리며 사는 좀비 청년의 앞날이 과연 미더울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역사에 무임승차하는 꼴이다.

그런 게 습관이 된 나라 국민 사이의 시민의식이란 삼류 그 자체이며, 도덕적 해이 현상이도 정말 곤란하기 짝이 없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한다. 그런 마음으로 내일 회담의 상황을 냉철히 지켜보며 우리의 할 일을 챙겨볼 일이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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