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대북사업 등 경영환경 변화 예의 주시
북한 단계적 개발 가능성…농업·경공업→외국인직접투자 확대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재계의 시선이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기의 담판’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각 기업들은 이번 회담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과 이에 따른 경영 환경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해 에어포스1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우선 재계는 ‘대북 리스크’ 해소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미국과 북한이 일부 쟁점에서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역사상 처음 만나는 미북 정상이 빈손으로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시장에서는 향후 남북 경제협력이 건설과 부동산, 금속 산업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 부문별 인프라 투자와 북한의 자원 개발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는 이유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2007년 10·4 선언 당시 남북경협에 따른 경제 효과가 최대 5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남북은 종전의 경제 교류를 넘어 경제 공동체 조성 및 유라시아 신경제 구축을 바라보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으며 발생 가능한 노이즈는 방향성이 아닌 속도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대북 사업을 위한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과거 남북 경협을 주도했던 현대아산이 주목 받고 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을 갖고 있다. 유통·물류업계의 준비도 빨라지고 있다. 롯데는 ‘북방 태스크포크(TF)’를 구성했고, CJ대한통운은 북한을 통과하는 대륙철도를 이용한 화물운송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도 북한에 대한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은 상황이 유동적이지만 긍정적인 시그널이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 정상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투자의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기업들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지 않겠냐”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해 영접 인사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한반도에 평화 체제가 정착될 경우 해외 투자 유치 등 기업들의 경영에도 청신호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일부 글로벌 기업들과 해외 자본은 대북 문제 등을 거론하며 국내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대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일부 해외 거래선들이 우려가 적지 않았다”라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되면 대북사업과 함께 해외투자 자본의 유입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북한이 점진적인 대외 개방정책을 펼치면서 경제 성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농업과 경공업 중심의 성장 정책을 통해 식량·생필품 부족 문제를 해결 한 뒤 경제특구를 통해 해외 직접투자를 늘려 중공업 등을 육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도 동일한 성장 정책으로 경제 성장을 이뤘다. 초기에는 자생적인 효율성 제고와 해외 원조가 성장동력이 되고, 경제특구 설립을 통한 외국인직접투자(FDI) 확대는 5~10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며 “북한이 높은 수준의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기 원한다면 한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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