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자유한국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대표의 발언이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각종 유세현장에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강하고 직설적인 화법이 지방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홍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큰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에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위장평화쇼'라고 평가 절하하거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념갈등을 조장하는 등 홍 대표의 발언은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을 재·보궐선거 지원유세에서 '박선영 서울시교육감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홍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야당 대표는 입닫고 선거하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홍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앞서 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자기 당 후보가 상대 측보다 지지율이 높다고 주장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로부터 과태료 2000만원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사이에서도 홍 대표의 발언이 부담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각 지역의 일부 후보들이 홍 대표의 지원유세를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역 후보자 캠프에선 '홍 대표가 내려오면 표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홍 대표도 유세 중단을 선언하며 일각의 주장에 수긍하는 모습을 취했다. 그는 지난 3일 "일부 광역 후보들이 이번 선거를 인물 대결로 몰고가는 게 좋겠다고 한다"며 "그들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받아들였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한동안 지역 방문을 자제하던 홍 대표가 다시금 유세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10일로 예정됐던 대구 방문이 후보들의 반발로 취소되는 등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말이 문제가 된 것은 비단 홍 대표 뿐만이 아니다. 당 소속 대변인이었던 정태옥 의원은 한 언론에서 '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간다'는 뜻의 '이부망천'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정 의원은 이후 자진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당대표가 막말을 하니까 소속 의원들이 배워서 사고를 쳤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처럼 홍 대표의 발언이 한국당의 지방선거 판세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과 관련, 전문가들은 TK(대구·경북) 지역에서도 한국당을 찍을만한 동인을 부여하기 힘들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홍 대표의 발언은 대한민국 내 강경보수에게는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를 통해 보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 겠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며 "대구나 경북의 젊은 유권자들도 시대의 흐름을 읽기 때문에 홍 대표를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평했다.

반대로 홍 대표의 메시지가 더 큰 이슈에 매몰되면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견해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세간의 눈길을 끄는 것들은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김부선 씨 사이의 이슈"라며 "이러한 사건에 비하면 홍 대표의 말씀이 작은 물결이기 때문에 대세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