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조기 종료, 전산시스템 교체 예정대로 진행되게 해야

금감원 KB은행 특검 연장, 전산시스템 교체 차질 빚을 우려
정병기 감사의 무책임한 주장에 금감원이 과도한 조사 벌이는 것 아닌가하는 인상줘
임영록회장 이건호 행장 사외이사진 계좌추적 등 “과도” 논란

금융감독원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절차와 합의를 무시해온 정병기 감사의 주장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고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특검을 일주일 가량 더 연장키로 했다. 이러면 7월로 예정된 특검이 자칫 더 연장돼 한시가 급한 KB은행과 KB카드의 전산시스템 교체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로인해 IBM에 몇 달간의 유지비용으로 수백원을 내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 감독당국이 피감기관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분란을 부채질하고, 비용만 더 들게 한다는 비판을 받게 생겼다.

금감원의 문제점은 정병기 감사의 주장을 지나치게 신뢰하면서 뭔가 거대한 흑막이 있는 것처럼 부풀리고, 언론에도 이를 흘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병기 감사는 이번 사태의 와중에서 황당한 행태와 비이성적인 돌출행동을 벌여 금융지주와 은행 모두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가장 큰 문제점은 KB은행이 지난해 11월 이건호행장과 정병기 감사, 김중웅 이사회의장 등 사외이사들이 비싼 유지보수비를 내고 있는 IBM의 주전산시스템을 경쟁입찰이 가능하고, 유지비용도 저렴한 유닉스시스템으로 전환키로 결의한 것을 뒤늦게 번복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이건호행장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시 이사진은 치열한 토론 끝에 다수결로 유닉스로 교체키로 하고, 시스템리스크를 없애기위해 사전 점검과 테스트, 즉 벤치마크테스트(BMT)를 하기로 했다.

이때 IBM도 유닉스입찰에 참여한 바 있으며, 메인 전산시스템을 전환해도 문제가 없다고 인정한 바 있다. 유닉스기종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도 올들어 BMT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정병기 감사와 이건호행장이 한창 BMT가 진행중인 유닉스기종 교체에 발목을 잡으며 뭔가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면서 사태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이사회는 이에앞서 IBM기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유지보수비용이 워낙 비싸고, 비용절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처럼 유닉스기종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사진 10명 중 절대다수인 8명이 찬성하고, 이건호행장과 정병기 감사만 반대했다. 이사회에서 격론 끝에 통과된 전산시스템 기종 결의안을 행장과 감사가 무력화시키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은행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정병기 감사의 더욱 이해못할 행태는 전산시스템 보고서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전산시스템 교체작업을 끝까지 방해하려고 있다는 점이다. 정 감사는 17개 항목에서 성능테스트를 하기로 해놓고 10개밖에 안했다며, 이는 ‘중대한 하자’라고 강변하고 있다. 금감원도 정감사의 이 부문 의혹제기에 솔깃하면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KB은행 IT본부는 정감사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당초 테스트키로 한 17개 항목은 핵심 성능테스트에 미진한 부분이 있을 경우 보다 정밀하게 판단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측은 10개 항목의 테스트로도 유닉스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생기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이로인해 앞으로 1년간 실제로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이를 반영해도 문제없는 7개 항목들은 공식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추후 검증하기로 했을 뿐이다. 정병기 감사는 향후 1년간 진행키로 한 항목들을 하지 않았다며 성능테스트의 객관성과 유효성을 깎아내리고 있다.

금감원은 정병기감사의 일방적 주장만 신빙성이 있는 것처럼 간주하며 특별조사와 검사를 대폭 강화하는 등 갈 길 바쁜 KB금융지주와 은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리베이트 의혹을 캔다면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정병기 감사, 은행 사외이사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과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KB금융계열사들의 경쟁력강화와 정보보안, 수익성 제고, 포트폴리오 강화에 여념이 없는 금융지주와 은행 최고경영진, 이사진들에 대해 무슨 리베이트의혹을 캔다면서 계좌를 뒤지는 것은 지나친 감독행태라는 게 중론이다. 이는 명예와 투명경영, 책임경영을 생명처럼 여기는 최고경영진을 지나치게 불신하고, 행장과 이사간의 갈등과 반목도 심화시키는 악재가 되고 있다.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는 은행경영진과 이사진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감독당국이 지금처럼 이잡듯 뒤지고, 최고경영진 계좌까지 마꾸 까발려 망신주는 행태는 고압적인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영진의 리베이트 의혹 등을 흘리는 것은 은행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금감원은 이제라도 정병기 감사의 잘못된 행태와 이사회 결의사항 위반 등 원래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제재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마치 기계론적 쌍비론으로 금융지주와 은행 최고경영진을 싸잡아서 망신주려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금감원이 자꾸 특검을 연장하면 한국은행들을 봉으로 알고 그동안 비싼 유지보수비를 챙겨온 IBM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금감원은 특검을 조속히 마무리해서 전산시스템 교체작업이 더 이상 차질을 빚게 해선 안된다. 내년 7월로 예정된 전산시스템 교체가 이뤄지려면 지금 유닉스기종에 대한 BMT를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리스크문제를 없앨 수 있다.

금감원의 특검이 연장되면 유닉스 기종 교체가 지연되고, 그 기간만큼 IBM에 터무니없는 유지보수비를 물어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 전산시스템 교체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KB은행이 갈등을 봉합해서 전산시스템 교체작업이 스케줄대로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감독당국이 이를 막는 해방꾼이 돼선 안된다. 금감원이 조사를 질질 끌면 모종의 흑막이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정치권과 정권의 외압을 받아서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흑막'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미디어펜=이의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