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양보하는 것"vs"유연하게 대응해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위치한 카펠라호텔에서 사상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미디어펜=김규태 기자]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 가시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따른 과도한 비용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의사를 밝혀 파장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판문점 선언의 상호신뢰구축 정신에 따라 대북 군사압박에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전제조건으로 한미훈련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 현실화되면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게 서둘러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훈련 중단과 관련해서는 보수 성향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렸다. 신중하게 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입장과 비판적인 의견,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엇갈렸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CVID를 몰고 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과 빅딜 차원으로 보이고 한미훈련은 마음만 먹으면 재개할 수 있다"면서 "다만 원칙적으로 정치인들이 안보를 정치화, 이념화해 흥정거리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며 선을 그었다.

송대성 전 소장은 "휴전협정 후 북미 최고 통수권자가 정식으로 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포괄적으로 되어있다고 하지만 포괄적 내용 속에 구체적인 내용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북한이 더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내주부터 일어나는 현상들을 더 두고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송 전 소장은 이번 북미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주장에 대해 "초조해할 것 없고 여러가지 면에서 트럼프가 당했다고 볼 수 없다. 보수 일각의 트럼프 반대 움직임은 쓸데없는 행동"이라며 "북한과 수교해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고서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진짜 목적일 것이고 이번 싱가포르 회담은 김정은 목에 트럼프가 쇠사슬을 건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일각의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고 밝혔다.

박휘락 원장은 "CVID에서 V나 I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라며 "정부는 사전교감이 있었다고 하지만 훈련중단에 대한 발표 형식도 문제이고 실제로는 불안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이어 "분명한 적을 대상으로 이러한 훈련 기회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한미동맹에 대한 이해가 좀 미흡하다고 본다"며 "한미연합훈련은 순수히 방어적인 것인데 이를 북한 주장대로 도발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싱가포르 북미회담 결과와 한미훈련 중단에 대해 굉장히 불만족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선적으로 보기 힘들고 또다른 가능성을 유연하게 보려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 상원 비준 리스크를 고려해 북한과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비핵화 협상 전술을 세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면서 긍정적·부정적 시각 모두를 언급했다.

김태우 전 원장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전제로 "한미훈련 중단은 대단히 경솔한 발언이고 유사시 상황을 대비하게 힘들 뿐더러 북한이 CVID를 약속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앞질러 양보한 것"이라며 "중국이 얘기해온 쌍중단과 내용이 같다는 점에서 북중 입장을 불균형하게 많이 배려한 것이고 북한과 중국에게 외교적 성공을 앞질러 안겨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김 전 원장은 "미 정부가 이렇게 맥없이 북한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하고 트럼프가 개인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해 섣부른 양보를 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가질 수 있다"며 "미국이 통 큰 양보와 경제 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흔들겠다는 더 큰 차원의 전략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편적으로 봐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 양쪽 가능성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미훈련 중단과 관련해 송영무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14일 오후 전화통화를 갖고 심도있게 의견을 교환한 가운데,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14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주요 한미훈련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언급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 또한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김정은이 정말로 협상에 진지한지 확인해야 한다.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NN방송은 이날 "트럼프 정부가 이르면 14일(현지시간)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엄가디언(UFG) 훈련의 중단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4일 방한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2년반 동안 '주요 비핵화'와 같은 것이 달성되길 바란다"며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시한을 못박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맞물려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