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를 진행 중인 주요 기업들의 공모 일정에 연이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는 그 원인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기업이 아닌 시장 전체가 악영향을 받는 것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서 상장예비심사를 진행 중인 주요 기업들의 공모 일정에 잇따라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심사가 늘어지며 발행사와 담당 증권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이슈가 바이오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 신규 상장에까지 영향을 주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상장예심 통과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최근에 상장예심을 통과한 기업은 SK루브리컨츠다. 지난 3월말 SK루브리컨츠가 예심을 통과한 이후부턴 ‘감감무소식’이다. 예심 결과를 통보 받은 기업들은 하나도 없다. 최근 5년 사이 유가증권 상장 추진 기업이 최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상식 밖의 결과다.

예심을 거쳐 이미 청구 단계까지 간 기업들도 차일피일 결과 통보가 늦어지는 중이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 통상 45일 이내에 심사결과를 통보 받는 게 보통이지만 최근 사례는 전혀 그렇지 않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지난 3월 30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오는 7월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었지만 회계감리 통보를 받으면서 해당 심사가 중단됐다. 심지어 롯데정보통신은 티웨이항공보다 앞선 지난 3월 15일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지만 심사 승인이 임박한 시점에 회계감리를 통보받는 바람에 6월인 현재까지 기다리고 있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 기대종목 중 하나였던 현대오일뱅크는 지정감사인을 지정받고 상장 예심을 청구할 예정이었지만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특히 회계 이슈에서 덜미를 잡지히 않도록 재점검에 나섰다.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상장 일정을 맞추기가 빡빡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는 이와 같은 지연 사태의 원인을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에서 찾고 있다. 이른바 ‘삼바사태’ 때문에 IPO를 준비 중인 모든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바이오 기업도 아니고 특별한 이슈 없는 모든 기업들까지 늘어난 심사 기간을 감당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당국이 증시 활성화를 도리어 막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당장 올 3분기 상장을 목표로 IPO를 진행 중인 기업들 대다수가 4분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말로는 ‘증시 활성화’를 부르짖지만 실상은 오히려 IPO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측은 “좋은 기업들에 상장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내용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당장 영업활동이 차질을 빚게 된 당사자들의 불만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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