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이병철, ‘소통’으로 한국 경제 번영시켜
소통, 넥타이 풀고 맥주 마신다고 되는 것 아냐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박정희 대통령 앞에 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주눅 들지 않았다. 당시 이 회장을 비롯한 몇몇 기업인들은 탈세 혐의로 부정축재자가 돼 있었다. 그는 “부정축재자로 지칭되는 기업인에게는 사실 아무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행 세법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설명한다. 수익의 120%에 이르는 세금을 곧이곧대로 납부하면 살아남을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말을 들은 박 대통령은 “그렇다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화를 낼 거란 예상과 달리 납득을 하고 대안을 물은 것이다. 이 회장은 “경제인들에게 경제건설의 일익을 담당하게 하는 게 국가 경제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이 회장은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응수했다.

정치와 경제의 협력이 시작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1961년 6월 27일의 일이다. 가난한 나라의 대통령과 기업인은 그렇게 상부상조하며 전 세계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일궈냈다. 합리적인 지도자, 훌륭한 기업인, 부지런한 개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57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소통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한 경제단체가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우려’를 표한 적이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양극화를 운운하며 “반성부터 하라”고 ‘쿠사리’를 줬다. 우려에 대한 이유를 묻기는커녕 소통 자체를 차단해 버린 거다. 이후 경제 단체를 비롯한 기업인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호프미팅'에 참석한 기업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물론 지난 해 여름,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겠다며 기자들 앞에 일렬로 늘어서서 맥주를 마신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법인세 인하라던가, 상속세 폐지, 규제 완화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넥타이를 풀고 재킷을 벗어 편안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허울 좋은 쇼에 불과했던 거다. 

그렇게 해서 경제가 좋아졌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나빠지고 있으니 문제인 거다. 세계 경제는 호황이라는데 우리나라는 반도체 빼곤 어려운 상태다. 또 문 대통령의 ‘일자리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비웃기라도 하듯 실업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 성장을 이끌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반(反)기업 정서’로 가득 찬 정부의 기조에 힘입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연일 기업의 지배구조에 참견하며 기업인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기업의 지배구조에 정답이 어딨냐”며 “기업인더러 지분을 팔라고 강요하고, 순환출자 구조가 불법인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

이런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가 살아야 문재인 정부도 산다. 그러려면 기업인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기업인들 역시 필요한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권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의무는 다 하는데 권리를 찾지 못하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기업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문 대통령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 좌익들이 독재라 치부하는 박정희 대통령은 비록 재킷을 벗고 넥타이를 푸는 연출은 하지 못했지만, 경제 발전의 핵심이 기업이라 믿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일각에서 독재자로 기억하는 박 대통령도 해냈는데, ‘소통 왕’ 문 대통령은 더 잘 할 수 있을 거다. 스스로를 믿고 시도 해보자. 문 대통령이라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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