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로 일궈낸 성과, 적재적소 용인술로 시너지 내야
치열한 글로벌 시장 생존 위한 기업가 정신 보여줄때
고 구본무 LG 회장의 영면 이후 본격적인 4세 경영 시대를 맞이한 LG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는 지난 5월 17일 이사회를 열고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LG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의결했다. 이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구 상무의 직책과 사내이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장자 경영승계 가풍에 따라 지주 회사인 (주)LG의 사내이사가 되면 본격적인 경영의사 결정에 나서게 된다. 구 상무 앞에는 ‘70년 성과를 기반으로 100년을 넘어서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과제가 놓여있다. 고 구본무 회장이 다져놓은 사업을 유지함과 동시에 새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구광모 이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화경영'에 집착하다보면 인사에서 정실인사가 나타날 수 있다. 고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정책결정에 도움을 줬던 인사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이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용인술이 필요하다. 또한 장자승계 가풍에 안주하다보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다. 구 상무가 극복해야 할 경영과제를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 2012년 4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구자경 LG 명예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의 미수연에 LG그룹 오너 일가가 참석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앞줄 맨 왼쪽)과 구본준 LG그룹 부회장(뒷줄 왼쪽 두 번째부터), 구광모 LG전자 상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뒷줄 오른쪽 두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사진=LG그룹 제공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여러 사람이 서로 화합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인화’는 LG그룹의 경영 전략 중 하나다. LG그룹은 특정 부서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도 ‘벌’을 내리기 보다는 좋은 결과를 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쉽게 내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인화 경영’이 중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기업 본연의 역할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인화 경영’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시장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9일 LG그룹에 따르면 LG그룹 지주회사인 ㈜LG 이사회는 지난 5월 17일 고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 구광모 LG전자 ID사업부장(상무·40)을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4세 경영 시대’를 맞이하게 된 LG는 지금 변곡점에 서있다. 앞으로 구 상무는 구 회장이 기반을 다져놓은 사업들을 키우는 동시에 신 성장 동력을 발굴해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LG의 근간이 된 ‘인화경영’이 구 상무의 모토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70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연매출 160조원을 내고 있는 LG는 명실상부 한국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주역이다.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LG그룹이 차지하는 존재감은 상당하다. 

LG는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 ‘인화경영’이 있다고 강조한다. ‘인화경영’은 “한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는 고 구인회 창업주의 창업 정신으로, LG의 역사에 버팀목이 된 덕목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특정 분야에서 LG가 삼성에 뒤처지는 이유는 ‘제일주의’, ‘신상필벌’을 내세우지 않고 ‘인화’를 지나치게 강조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LG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치열한 경쟁 마인드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전투조직”이라며 “‘인화’는 물과 공기 같은 것으로, 기본적으로 깔려야 하는 것이지 경영 모토로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인화’가 중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 다른 경제모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의 본질은 사업을 잘하는 것에 있다”며 “구성원의 인화가 기업의 목표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조직문화를 민주적이고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기업은 기본적으로 총만 안 들었지 전쟁 중인 조직이고, 경쟁에 가장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야성’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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