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의원후원금 명목 영장청구, 정권 전리품 후진관행 끊어내야
   
▲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결국 황창규 회장도 KT잔혹사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18일 황창규 KT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충격적이다. 경찰은 지난 7개월간의 지리한 수사 끝에 법인자금으로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들이댔다. 황회장은 정치자금 제공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바뀐 KT는 포스코와 함께 역대정권출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수난을 겪어왔다. 포스코 권오준 전 회장은 최근 문재인정권으로부터 온갖 압박을 당하면서 링에 타올을 던졌다.

황회장은 비켜가는 듯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를 시범서비스하고, 5G의 상용화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5G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라면서 ‘5G보국’ 의지를 불태웠다.

그가 5G에 열정을 쏟는 것은 4차산업혁명에 대한 주도권 확보와 관련이 있다. 5G야말로 4차산업혁명의 길을 닦는 핵심인프라이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과의 5G 국제표준등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갖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일본 아베정권은 2020년 도쿄하계 올림픽 때 5G를 선보이려고 재계와 함께 총력을 기울였다. 황회장은 일본보다 먼저 평창올림픽에서 5G를 실현했다.

그는 5G가 뒷받침돼야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에너지관리, 보안 등 4차산업혁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강조한다.
  
황회장의 구속영장을 지켜보면서 KT회장 수난사를 떠올리게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가 검찰 및 경찰 수사와 압수수색 기소 등으로 혼찌검을 당했다.

전임 이석채 전회장이 박근혜정부초기 검찰의 무리한 배임기소로 물러났다. 수십조 매출을 올리는 KT에서 수십억원대 부실자산을 매각한 것을 두고 배임이란 억지 죄목으로 옥죄었다. 먼지털이수사, 괘씸죄 기소라는 비판이 무성했다. 이전회장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벌여 무죄를 받아냈다. 그의 명예는 이미 추락한 상태였다.

노무현정부시절 취임한 남중수 전사장도 이명박 대통령 시절 배임수재혐의로 옷을 벗어야 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정권으로 이어지면서 KT회장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황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모종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같다. KT회장 자리를 노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권에 줄을 대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사이자, 수십개 계열사와 협력업체를 거느린 KT는 정권에 연줄을 댄 인사들이 낙하산타고 내려가기에는 최고의 꽃보직이다. 문재인정권에도 IT전문가들이 호심탐탐 노리고 있을 것이다.

   
▲ 황창규 KT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회상임위 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황회장은 부인하고 있다. 정권교체기마다 KT와 포스코회장이 수난을 당하는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해 언제까지 정권의 전리품으로 간주하는 후진적 관행이 지속될 것인가? 답답하기만 하다. /T제공

지난해 연말 국정감사에서 모 여당의원이 황회장에게 "그만둘 생각이 없냐"고 의도성 질문을 하면서 문재인정권의 기류가 감지됐다. "그냥 나갈래? 아니면 맞고 나갈래"라는 경고로 들렸다.  

황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과도하다는 우려가 높다. 대관업무를 하는 임원들이 2014년 5월부터 상품권을 구매해서 되파는 상품권깡을 통해 19대~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총 4억4000만원을 제공했다는 게 경찰주장이다. 후원금은 3년 6개월간 4억원대에 불과하다. 대부분 과기정보통신위원회, 정무위, 환경노동위소속 의원들이다. 일인당 100만~500만원씩이다.

기업입장에선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주지 않을 경우 각종 인허가등에서 불이익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툭하면 청문회에 회장을 소환하는 것도 경영에 심각한 리스크요인이다. 한국적 정치풍토가 낳은 적폐들이다. 정치자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줘야 한다. 후진적 정치환경을 방치한채 기업인에게 가혹한 사법처리를 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경찰이 연초에 KT에 대한 전면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도 7개월 뒤에 영장을 청구한 것은 증거가 부족한 것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혐의가 별로 없다고 해도 영장청구 자체가 황회장에게 심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후원금이 기업규모에 비해 많지 않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후원금을 내왔다는 점에서 유독 KT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황회장을 겨냥한 찍어내기식 표적사정이 아니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황회장이 심지를 굳게 하면서 버티는 것은 고난의 골짜기를 통과하는 것이 될 것이다. 온갖 핍박과 시련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으로 KT를 세계적인 통신사로 육성시켜보려는 황회장의 비전과 꿈에는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공기업잔재가 만연한 KT에 패배주의 대신 긍정의 마인드를 심어주고 노력했다.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키기위한 구조조정과 사업재편도 성과를 거두었다. 취임이후 2년 연속 1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KT를 다시금 상승세로 반전시킨 것도 공로다.   최고경영자가 경영을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다. 정권이 바뀌면 무조건 내려오라는 강퍅한 신호만이 들려온다.

KT는 다시금 CEO리스크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글로벌통신사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은 통신경쟁력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KT와 포스코가 언제까지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해야 하는 지 답답하기만 하다.

포스코나 KT 이사회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회장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독립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한 낙하산과 전리품논란은 지속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세계최고의 4차산업혁명국가로 만들기위한 인프라를 닦으려는 황회장의 열정과 환상이 미완으로 끝날 것같다.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