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콜롬비아가 일본에 진 후 몰지각한 몇몇 콜롬비아 축구팬의 일본 여성에 대한 엉뚱한 화풀이로 인해 콜롬비아 정부가 일본에 공식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사란스크의 모로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콜롬비아-일본의 H조 1차전에서 일본이 콜롬비아를 2-1로 꺾었다. 콜롬비아의 충격적인 패배 후 콜롬비아 유니폼을 입은, 원정 응원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몇몇 콜롬비아 남성들이 일본 유니폼을 입은 여성 축구팬 두 명을 매춘부로 비하했다.

   
▲ 사진=FIFA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런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며 일본 여성을 희화한 것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널리 알려졌고 관련된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동영상에는 콜롬비아 남성들이 일본인 여성에게 스페인어로 "나는 매춘부다. 나는 징그럽다"라는 말을 하도록 유도했다. 우호적으로 접근한 콜롬비아 남성들이 시키는 대로 뜻을 모른 채 이 말을 따라하는 일본인 여성의 동영상을 본 일본인들은 분개했다. 콜롬비아 팬들조차 이에 대해 "잘못된 행동이다. 부끄럽다"며 콜롬비아 축구팬의 행위를 맹비난하고 있는 분위기다.

파문이 확산되자 콜롬비아 정부도 해당 동영상과 관련해 일본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21일 스포츠나비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콜롬비아 외무부가 주 콜롬비아 대사관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하고 SNS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콜롬비아 외무부는 "콜롬비아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은 월드컵에서 콜롬비아를 대표해 (상대팀이나 국가를) 존중하고 선량한 행동을 해야만 한다. 우리(정부)는 악의적인 행동을 허용하지 않는다. (동영상을 촬영한) 그들은 우리의 문화, 언어, 민족을 대표하는 이들이 아니다"라고 동영상 촬영자들을 비난했다.

1990년대 콜롬비아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였던 콜롬비아 축구의 레전드 파우스티노 아스프리야 역시 이 동영상을 보고 분개하면서 일본인들에게 사과했다. 아스프리야는 개인 SNS를 통해 "세계의 모든 친구들, 특히 일본인 친구들이 이런 종류의 (동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이 콜롬비아 국민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든 문화를 존중한다. 나의 사죄를 콜롬비아 국민을 대표하는 것으로 받아주기 바란다"면서 자국민의 부끄러운 행동을 대신 사죄했다.

한편 일본인 여성에게 모욕적인 말을 시키고 동영상을 촬영한 콜롬비아 원정 응원 팬들은 러시아에 파견나가 있는 콜롬비아 경찰 당국에 의해 경기장 입장에 필요한 '팬 ID'를 몰수당하고 경기 관전을 금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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