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자유한국당은 21일 5시간이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를 이어갔지만 결국 쇄신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보다는 친박계와 비박계 간 계파갈등이 심화되면서 알맹이 없는 의총이 됐다.

오전 10시께 국회에서 열린 의총은 오후 3시를 넘겨서야 끝이 났다. 의총에 참여한 약 90여명의 의원들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떼우며 격론을 이어갔다.

이날 의총에서 가장 뜨거웠던 의제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내놓은 '쇄신안'이 아니라 박성중 의원의 '메모 사건'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에 대한 것이었다.

앞서 복당파 의원 모임에서 계파갈등을 암시하는 박 의원의 메모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친박계의 반발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해당 메모에는 '친박 핵심 모인다' '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박명재, 정종섭 등' '친박·비박 싸움 격화'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 의원은 의총에서 "당시 모임 참석자들에게서 나온 우려를 메모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름이 거론된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난 정양석 의원은 "박 의원의 메모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수긍하신 분도 있지만 팩트 여부를 떠나서 (계파 간) 감정적인 골이 좀 깊은 것 같다"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박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거나 탈당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서는 김 권한대행의 '자격론'도 불거졌다. 중앙당 해체와 구태청산 태스크포스(TF),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굵직한 사안을 의견수렴 없이 독단으로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김진태 의원은 "김 권한대행도 홍준표 전 대표와 함께 선거참패에 책임이 있다"며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을 향해서는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는 전언이다. 성일종 의원이 김 의원에게 보수 몰락의 책임을 지고 탈당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앞서 논의하기로 한 쇄신안은 이번 의총에서 큰 무게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권한대행은 의총 모두발언에서 "일자리와 성장을 추구하는 경제적 실용주의 정당, 서민과 함께하는 사회개혁 정당, 냉전과 반공주의를 떠나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정당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당 혁신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기는 커녕 내홍만 깊어진 모양새다.

김 권한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면서도 "갈등을 유발하고 분열을 자초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든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당 수습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많은 의견이 제시됐다"며 "앞으로 당이 혁신하고 변화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 자유한국당은 2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격론을 이어갔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