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정부가 21일 경찰 수사권한을 확대하고 그에 대한 검찰 통제권을 늘리는 내용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향후 입법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가 이달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지방선거 여파로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 막혀 국회가 공전하고 있고, 국회의 검경 수사권 논의체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9일 후 활동을 마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등 경찰 재량을 대폭 늘리는 데 방점을 두면서, 경찰의 종결사건을 검찰이 검토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거나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견제장치를 마련했다.

법조계는 이번 조정안에 대해 "검경을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수평적 협력관계로 설정한 마당에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는 지적과 "검찰 직접수사 대상을 일부로 제한했지만 비대한 권한을 줄이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교차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입장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반영된 민주적 수사제도로의 전환"이라며 "수사-기소 분리의 사법 민주화 원리가 작동하는 선진 수사구조로 변화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경찰과 검찰이 견제와 균형을 이뤄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본연 역할을 다하라는 뜻이기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다만 경찰 일선에서는 "검찰이 향후 쥐게 될 통제권한 때문에 실리는 검찰이 챙겼다"며 "검찰의 영장지휘가 핵심이고 이것이 유지되는 한 이번 조정안은 의미가 작다"면서 불만을 내놓고 있다.

반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검찰에서는 경찰 수사권만 확대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추가 및 보완수사 요구권이 수사 실무에서 정작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검찰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간 지휘를 경찰이 준수한 비율은 2016년 기준 30.1%에 불과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이에 대해 "경찰에 대한 통제권한이 제 역할을 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경찰의 부실수사를 접한 검찰이 책임 회피를 위해 이를 가로막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정작 입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정안에서 검경 중 어느 쪽이 더 실리를 챙겼는지도 시각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경찰이 완전한 수사 독립권을 얻지 못했고, 검찰도 경찰의 1차수사에 쉽게 개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양측이 챙긴 실리가 비등하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이번 조정안에 대해 "검찰은 수사지휘에 벗어난 경찰을 통제하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영장지휘권 등 검찰 권한이 여전해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어느 쪽이 우위에 섰고 실리를 챙겼다고 명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조정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와 관련해 "검찰의 재수사 요청에 경찰이 응하지 않을 경우 당장 경찰의 직무유기가 발생할 것"이라며 "법무부장관이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수사준칙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했지만, 이번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경의 수사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에 대한 어떤 입법안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