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전기 업계, 다음 달 1일 '근로시간 단축' 대응 중
'워라벨' vs '수당' 희비 엇갈려…선택할 자유 사라졌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적응하기 위해 전자·전기 업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초 정부는 근로자들의 저녁과 휴일이 보장된 삶을 위해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전자·전기 업계 사무직 근로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태다. 다만 이로 인해 잔·특근 수당이 줄게 된 현장직 근로자들 사이에선 ‘일 할 자유’를 빼앗겼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무직 근로자들도 수당이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인 상태다.

22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주당 최대 68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일 16시간)이던 노동시간이 주당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서의 혼란이 지속되자, 해당 법 규정을 지키지 않더라도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들 근로자와, 추가 채용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다.

전자·전기 업계는 기대와 우려 속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비 중이다. 

   
▲ 한 직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다음 달부터 연구·개발(R&D)과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를 동시에 시행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미 몇 달 전부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예행연습을 해왔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 40시간이 아닌 월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과 업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재량 근로제는 직원에게 업무 시간 관리에 대해 완전한 자율권을 부여한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들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 중이다.

LG전자 역시 지난 3월부터 사무직은 주 40시간, 기능직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삼되, 개인 상황에 따라 하루에 최소 4시간, 최대 12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 직원들은 일주일에 40시간만 넘지 않도록 조절하면 된다. LG전자 계열사들도 LG전자와 같은 방식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유연근무제’를 전사로 확대해 시행 중이다. 직원들은 ‘하루 4시간 이상, 주 40시간 근무’ 라는 틀 안에서 개인의 상황을 고려해 업무 시간을 정할 수 있다. 

‘일과 삶의 조화’ vs ‘일할 자유 달라’…희비 엇갈려 

한편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은 7월 이후에도 공장이 풀가동될 예정이다.

현재 해당 생산 라인은 1개조가 쉬면, 나머지 3개조가 투입되는 ‘4조 3교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6일 동안 일하고, 2일 간 쉬는 구조다. 때문에 이들 생산 라인은 근로시간 단축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생산라인에서 잔·특근 업무가 줄어 근로자들의 수당 역시 줄어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현장직 뿐 아니라 사무직도 마찬가지다. 연장 근무를 하면 교통비가 책정 됐었는데, 해당 근무 자체가 없어지다 보니 잔·특근 수당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수당과 저녁이 있는 삶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제 일을 더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됐다”며 “저녁이 있는 삶도 좋지만 돈 버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는데 선택할 자유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준비해 왔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나 특이사항은 없다”면서도 “생산직의 경우, 잔업이 없어져 수입이 줄어든 것에 대해 아쉬워 하시는 직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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