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인구·자원 기반 경제성장 예상
임금인상·자금이탈 등으로 암운 드리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들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선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남미 및 동남아 지역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과 더불어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자금이 이탈하는 등 경제성장에 먹구름이 끼고 있어 '신흥국 6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전래동화 '흥부전'에는 제비가 떨어뜨린 씨가 자란 박을 열어 희비가 갈린 형제의 이야기가 나온다.

흥부는 박을 열었더니 금은보화와 쌀이 쏟아져 나와 부자가 된 반면, 놀부가 연 박에서는 칼을 든 무당과 도깨비가 나와 폭삭 망해 대조를 이룬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통상정책의 하나인 신남방정책의 대상이 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시선도 흥부의 박에서 놀부의 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중국보다도 많은 인구와 석유·천연가스·고무 등의 자원을 바탕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세를 보였지만 급속한 임금인상 및 고령화로 기업환경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잠재력 하락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 LC타이탄 공장 야경/사진=롯데케미칼


22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정유·섬유업계 등 국내 업체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는 2030 인구가 많아 노동력 확보가 용이하고 임금이 낮을 뿐만 아니라 주 6일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많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아왔다. 또한 법인세 감면·면제 및 인프라 지원 등 해외기업 유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LG화학·효성·SK이노베이션·롯데케미칼·롯데첨단소재·현대중공업지주·두산중공업 등이 동남아에 건설 및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산기지를 구축하거나 증설하고 있으며, 코트라도 지난 3월 한달간 베트남 공장 증설 문의가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며 섬유업계를 중심으로 이들 지역 진출 의사를 표명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를 승인하고 이에 대해 중국이 동일한 수준의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을 경우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 검토를 지시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 심화도 동남아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의 특성상 이러한 무역전쟁은 한국 수출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수출선 다변화 및 원가절감 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앞서 미중 무역전쟁의 3가지 시나리오 중 미국이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총 수출이 1억9000만달러(약 2081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으나, 미중이 이를 뛰어넘는 수준의 갈등을 빚으면서 더 큰 규모의 수출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 효성 베트남 스판덱스 공장에서 근로자가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사진=효성그룹


그러나 가두행진 등 임금인상 목적의 시위 지속과 선거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적 공약에 힘입어 최저임금이 오르고 있어 동남아에서 생산한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 및 경제성장률 저하를 비롯한 우려를 낳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최저임금을 11.1% 올린 데 이어 추가적인 인상을 시사하면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며,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말레이시아 역시 올해 중순 예정된 최저임금 검토 회의에서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는 기업부담 증가·경제성장 저하를 우려했음에도 자카르타 등 주요도시의 임금을 8.8% 인상했으며, 가장 많은 국내 업체가 진출한 베트남도 지난해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7.3% 인상한 데 이어 올해는 6.1~7% 끌어올렸다. 특히 미얀마는 정부가 노동계와 고용주 측이 각각 주장한 금액의 평균을 선택, 최저임금을 33%나 올린 바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십년간 이어진 산아제한 정책 때문에 출산률이 급감하면서 15년 안에 고령화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베트남을 필두로 동남아 전역이 25년 내에 고령화사회로 변모, 동남아의 강점인 풍부한 노동력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금리를 올리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자금이 이탈하는 등 경제성장에 악재가 빗발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루피화 가치가 지난 1월 달러당 1만3000 수준에서 지난달 1만4200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기준금리와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으며, 인도도 달러화 대비 루피화 가치 하락에 따라 지난 2014년 1월 이후 50여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또한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의 증권시장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 관련 주식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는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자금이탈도 이 지역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저하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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