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인 486명 두고 '가짜 난민' vs '인도주의적 접근' 찬반 설전…반대 집회·靑 청원도 불거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법무부가 예멘을 무사증 입국 대상국에서 제외해 추가 입국에 제동이 걸렸지만 그에 앞서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인정을 신청한 예멘인 486명의 처리를 두고 '가짜 난민이라 추방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과 '난민을 보호할 국제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0일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예멘 난민수용 반대 응답은 49%, 찬성 응답은 3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로 집계됐다.

제주도가 제외된 이번 조사에서 서울의 경우 찬반 양측이 팽팽했고 광주·전라 지역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반대 여론이 7~20%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등록된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허가의 폐지·개헌'을 촉구하는 청원은 6일만에 30만명이 넘게 동의(23일 오후1시 기준 36만8536명 참여)하면서 청와대 공식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예멘인 입국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난민인권센터 등 인권단체들은 지난 20일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협약국인 한국 정부가 오히려 난민 차별을 양산하고 혐오에 동조하고 있다"며 제주도 예멘 난민신청자가 급증하자 정부가 예멘을 무사증 입국불허국으로 추가한 것에 대해 "난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확산하고 불안을 가중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난민인권센터 등은 이날 "난민인정심사제도를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개선하고 난민처우 개선을 위한 종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주무부처인 법무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교육부·고용노동부·지자체가 나서서 난민 인정자가 한국에 제대로 정착하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측 목소리는 더 높다. 

'유럽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무슬림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집단적으로 여성에게 성폭행을 시도하는 사례)이 제주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대표적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무슬림들이 '2016년 종각역 집단성폭행을 모의했다'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번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대부분 성인 남성인 점에 주목했다.

한 20대 청년은 오는 30일 서울에서 '이슬람난민 수용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인데 900개가 넘는 참석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집회를 공지한 블로거 '일반국민'은 "안전한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집회 공지) 블로그를 개설했다"며 "집회에서 난민수용문제 본질만 다뤘으면 한다. 이슬람권 난민수용 문제는 좌우 보수진보를 떠나 앞으로 우리 2세들이 살아갈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책임감과 위기의식을 갖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당분간 예멘인들이 적응해야 하는 제주도 현지 분위기 또한 찬반으로 갈려있다.

다른 지역과 다르게 '아랍인 공동체'가 전무한 제주도의 도내 여행사에는 제주방문을 취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고, 22일 열린 제주도의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도 '이들이 난민인지 의심스럽다'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예멘 난민들에게 부족한 생필품을 모아 전달하는 '난민돕기' 손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난민인정을 신청한 예멘인 486명 중 제주도청이 402명의 일자리를 알선했지만 그 중 48명이 그만둔 상태다.

일자리에서의 문화적 갈등이 심화되어 그만두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경우 이들에 대한 취업지원이 새로운 논쟁의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난민법을 제정해 예멘인 등 난민들을 보호할 국제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1인당 최대 월 43만원까지 지원하게 된다.

법무부의 출도제한조치로 당분간 제주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예멘인들은 향후 난민인정 심사를 8개월간 마칠 때까지 강제추방되지 않는다.

이들이 심사에서 탈락해도 30일 내에 이의신청을 하고, 이것이 기각되더라도 석달 내에 정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최장 3년간 거주 가능하다.

이들이 이의신청을 해서 국내 체류가 연장되면 출도(육지 이동) 제한 조치가 풀리게 되고, 이에 따라 제주 체류 예멘인 상당수가 서울 등 전국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무부는 이번 예멘 난민 사태와 관련해 "치안활동을 강화해 제주도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취업한 경우에는 사업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사후관리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난민인정 심사를 신청한 예멘인에 대해 공정하고 정확한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난민 심사관을 보강해 총 3명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배치했고, 다음 주부터는 예멘인 통역직원 2명을 추가로 배치해 조속히 난민심사를 끝낼 방침이다.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는 지금까지 총 982명이었고 이 중 2.3%인 23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향후 사태의 진전에 따라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 사진은 2016년 9월 국제이주기구(IOM)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사우디 인도주의구호센터(KSrelief)를 통해 예멘 난민들에 대한 안전한 보호지원조치를 하는 모습./사진=국제이주기구 홈페이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