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또 장현수(27·FC도쿄)였다. 중앙 수비수의 숙명이라고 하기에는 장현수에게도 한국축구에도 너무 가혹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4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멕시코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졌다. 스웨덴전 때와는 달리 한국 선수들은 보다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고 빠른 멕시코 선수들을 상대하느라 진을 다 뺄 정도로 뛰어다녔지만 아쉬운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손흥민이 이번 대회 첫 골을 넣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야 터져나왔다. 추격하기에 너무 늦었던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것이 장현수의 두 차례 슬라이딩 미스였다.

전반 24분, 한국은 멕시코에 선제골을 내줬다. 페널티킥에 의한 실점이었다. 페널티킥을 허용한 파울을 범한 이가 바로 장현수였다. 멕시코 과르다도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막기 위해 슬라이딩을 했는데 오른팔에 공이 맞고 말았다. 핸드볼 파울이었다.

   
▲ 사진=FIFA 홈페이지 캡처


후반 20분, 한국은 멕시코에 추가골을 내줬다. 멕시코의 역습에 당하며 내준 실점이었다. 패스를 이어받은 치차리토가 한국 수비 한 명을 완벽하게 따돌리고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찬스를 만들어낸 뒤 강력하고 정확한 슛으로 마무리했다. 치차리토가 따돌린 수비가 장현수였다. 장현수는 어떻게든 치차리토의 패스나 슛을 저지하려고 슬라이딩을 했지만 볼과 선수 모두 막지 못하는 의미없는 슬라이딩이 되면서 결정적 기회를 내줬다.

중앙 수비수는 수비의 마지막 보루다. 1차전 스웨덴전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중앙 수비는 장현수와 김영권이 맡았다. 둘은 빠른 멕시코의 공격을 그럭저럭 막아낸 편이었다. 단, 장현수의 슬라이딩 미스 두 차례가 모두 실점으로 연결된 것만 빼면.

중앙 수비수가 뚫리면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 슬라이딩이나 태클은 몸을 던지는 것이기 때문에 수비 방법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시도하는 것이다. 실패하면 다음 동작을 할 수 없다. 

전반 페널티킥을 내줄 때의 슬라이딩은 과르다도가 찬 볼이 하필이면 장현수의 팔에 맞는, 실수라기보다는 운이 없는 쪽에 가까웠다. 후반 두번째 골 허용 장면에서는 명백한 실수였다. 체력이 바닥나 치차리토를 미처 따라잡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몸을 날려봤지만 서로 거리도 멀어 전혀 효과가 없었다. 세계적인 공격수 치차리토에게 이런 어설픈 슬라이딩이 통할 리 없었다.

장현수는 스웨덴과 1차전 패배 후 박주호의 부상과 김민우의 페널티킥 허용에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며 큰 비난에 시달렸다. 심한 마음고생 속에 이날 멕시코전에 출전했고 사력을 다해 뛰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한국의 두 골 허용에 모두 관여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다시 무거운 책임감에 시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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