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패배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을 이끌만한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당 수습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 없이 서로를 향한 비난과 책임 전가만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중앙당 해체와 구태청산TF 등을 골자로 한 '쇄신안'을 내놨지만 친박계와 비박계 간 계파갈등이 증폭되면서 당 쇄신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 모양새다. 21일에는 국회에서 쇄신안과 관련한 총의를 모으기 위해 5시간 넘게 의원총회를 열고 격론을 이어갔지만 계파갈등의 골만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발단은 복당파인 박성중 의원의 '스마트폰 메모'가 지난 19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부터다. 이날 복당파 모임에서 작성된 박 의원의 메모에는 '친박 핵심 모인다' '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박명재, 정종섭 등' '친박·비박 싸움 격화'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 등 내용이 포함돼 있어 친박계로부터 강한 반발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다음날(20일) 기자들과 만나 "복당파 모임에서 '친박이 당권을 장악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를 칠 것이다'는 우려를 메모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복당파가 계파싸움을 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증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의총에서는 당 쇄신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박 의원의 메모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난 정양석 의원은 "박 의원의 메모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수긍하신 분도 있지만 팩트 여부를 떠나서 (계파 간) 감정적인 골이 좀 깊은 것 같다"고 내부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더불어 김 권한대행에 대한 사퇴 요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의원은 의총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의원의 휴대폰 메모로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 와중에도 당권을 잡아 상대편을 쳐낼 생각만 하고있는 것"이라고 당시 발언을 전했다. "그 모임에 김 권한대행도 참석했으니 책임져야 한다. 자신은 아닌 척 계파를 청산하고자 하면 누가 믿고 따르겠느냐"고도 적었다.

그러나 김 권한대행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또한 계파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도 언급했다.

김 권한대행은 의총 하루 뒤인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지긋지긋한 친박의 망령이다. 참담한 심정"이라며 "국민이 마지막으로 준 기회에 쇄신을 논하기보다는 다시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저에게 부여된 소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당이 다시 건강하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강도높은 변화와 쇄신만이 정답"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당 내 계파갈등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은 김 권한대행을 겨냥 "정치세력으로의 친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상의 적을 만들어 놓고 자신들의 결속은 물론이고 상대를 청산의 대상으로, 자신들을 청산을 완수하는 도덕적 우위의 존재로 만들려는 애들 장난같은 행위들을 하고 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날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친박계의 좌장격으로 분류되는 8선 서청원 의원이 탈당한 것을 두고서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선배님의 탈당 소식에 만감이 교차했다"며 "이 시점에 계파갈등, 인적청산 운운하는 것은 공멸로 가는 자살행위"라고 밝혔다.

   
▲ 21일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 쇄신 방안에 대한 격론을 이어갔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