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시대, 개인 의견 행동 존중은 헌법상 권리

   
▲ 박형진 성균관대 경제학과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중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라는 영화가 있었다. ​흑인으로서 34년동안 미국 백악관의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했던 (Eugene Allen)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데, 흑인 인권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주인공의 아들이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인권운동을 하고 복역을 했을 때이다. 아들이 정부의 정책, 제도, 문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다가 붙잡혔는데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주인공에게 아들에 관해서 말하거나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과거부터 미국에서는 아들과 아버지 각자의 개인의 정체성을 인정해 주는 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지방 선거가 끝나기 직전까지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를 괴롭히고 큰 타격을 주었던 사건은 바로 그의 아들이 올린 페이스북의 글 일 것이다. 그의 아들은 페이스북에 세월호 사건에 대한 국민의 태도에 대해 비판을 하며 아쉬워 하는 글을 올렸다. 그 내용중에는 국민을 무시하는듯한 발언이 들어있었다. 물론 그 발언은 문제가 있는 발언이고, 가뜩이나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상심과 좌절과 슬픔에 빠져있는 국민들이 보기에 매우 언짢은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 불똥이 아버지인 정몽준 후보에게 튀었다는 점이다.

연좌제라는 말을 들으면 모두가 언제적 얘기를 하는가 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연좌제란 특정한 행위에 대해서 가족과 같이 특정 관계가 있는 사람이 함께 책임을 지는 제도를 말한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헌법 제13조 3항에서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 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말로서 엄격하게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 아직 우리사회는 연좌제를 허용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히 페이스북에 호기로 올린 그의 아들의 글 하나가 마치 정몽준 후보가 생각하는 점이라는 인식이 퍼져갔고, 나는 미개한 국민이라는 식으로 그를 비아냥거리며 이를 풍자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급기야 정몽준 후보는 그 글에 대해 이슈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을 대신하여 사과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아들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세월호참사관련 사적인 글이 정후보의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직 미숙한 19살 청년의 개인적 생각을 밝힌 것인데, 부친 정몽준후보의 생각인양 정략적으로 악용됐다. 마치 봉건시대의 사회적 연좌제를 연상시킨다. 개인의 정체성과 사상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라는 점에서 최대한 보호받아야 한다. 정몽준후보가 아들 발언 문제로 사과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실 정몽준 후보가 그런 말을 했다면, 엄청난 비판과 비난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는 사회 지도층으로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가려서 하고 신중히 해야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아들의 경우는 다르다. 그의 아들은 오피니언 리더도 아닐뿐더러, 자신의 친구와 정치적 얘기를 어설프게 나눌 수 있고, 실수하면서 자라나는 19살 청소년이다.

그러나 그가 친구들과 소통하는 개인적인 공간에 철없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이슈화 시켜 마치 그의 아버지가 그런 주장을 한 것처럼 여기는 태도는 사회적 연좌제가 다름 아니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연좌제적인 인식 아래 정몽준 후보는 그의 아들의 글 하나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마찬가지로 그의 아들은 그가 올렸던 글 하나로 엄청난 상처를 가진 체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포기할 수 없는 큰 가치로 여기면서 산다. 왜냐하면 표현의 자유야 말로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큰 가치이며, 반대를 인정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발전을 도모하게 하는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의 나타난 일련의 사건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정몽준 후보의 아들은 이번 사건으로 표현의 자유를 잃었다. 그는 청소년기에 철없이 남긴 비판적인 글 하나 때문에 아버지가 큰 타격을 입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는 설령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바람직하고 사실에 기반한 의견이더라도 대중들의 눈치를 보며 주저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에는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정부가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유명 기업인, 정치인 등의 유력인사 자식에게 까지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부여하고, 그 책임감을 지키지 못했을 시에 그의 부모에게 책임을 물어 사회적 연좌제를 행하고 있다. 그것은 부정의 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하게 되는 것이다.

80년대 민주항쟁 시절을 경험했던 사람으로부터 자신은 시위에 나가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공무원이셨기에 그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운 나머지 시위에 나갈 수 없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그 당시 한국사회는 연좌제를 금지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연좌제가 적용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80년 독재 체제를 자랑스러운 민주항쟁으로 극복한 지금은 21세기 자유 민주주의 시대이다. 영화 ‘버틀러’에서 볼 수 있는 개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존중, 의견에 대한 존중, 행동에 대한 존중을 우리나라에서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 박형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