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기득권 내려놓고 민의 받아들여야…세대교체·혁신 박차 가해야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단언컨대 자유한국당의 현 위기는 당 대표 권한대행 김성태의 고약한 표리부동 탓이다. "모든 걸 내려놓겠다" "한줌도 안 되는 보수당 권력을 두고 아웅다웅하는 추한 모습은 더 이상 국민들 앞에 용납해선 안된다"면서 스스로 한줌 안 되는 당 권력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만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6·13지방선거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한 한국당에 국민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최악의 청년실업, 최저임금 후유증 등 경제 위기를 비롯해 드루킹 게이트, 미투 사건과 같은 갖가지 악재에도 집권여당이 아닌 한국당을 심판한 것은, 그런 여당을 최소한 견제조차 못하고 잉여집단으로 전락한 보수제1야당이 완전히 탈바꿈하라는 주문이다.

여당 독주를 막는 일에는 천하의 바보처럼 굴면서 자기들 내부 밥그릇 싸움에는 천재적 재능꾼들인 한국당 전원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한국당 텃밭 중 텃밭 TK 지역에서조차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무섭게 약진한 결과는 한국당에 대한 보수유권자들의 심판이란 이번 지방선거의 성격을 그대로 증명해 준다.

한국당이 무능 최악 집단이 돼버린 첫째 원인은 근 10년간 계속돼 온 계파갈등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 총선이 있었던 2016년, 200석 운운하던 새누리당은 계파 갈등과 막장 공천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을 맞았다. 이 총선 결과와 후유증이 그 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보수궤멸이란 현 정국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홍준표 체제는 달랐어야 했다. 하지만 어땠나.

박 전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적 국정운영을 비판했던 당 대표 홍준표는 그 못지않은 불통의 리더십으로 일관했다. 친홍이란 신계파를 만들고 국민 시선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으로 텃밭에 셀프 입성했다. 무원칙한데다 창원시장 후보 사례에서 보듯 자기 측근들을 꽂아 넣는 등 막장 공천으로 지방선거 대실패를 자초했다. 그렇게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지난 총선의 잘못을 거듭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아예 확인사살까지 당한 것이다.

'홍준표 체제 시즌2' 반복 안돼려면 독선 버려야

이런 홍준표 체제에서 원내대표와 선대위원장을 한 김성태가 다른 동료들을 심판하고 개혁할 주최가 될 수 있나. 김성태야말로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라야 할 구태 1순위라는 얘기다. 그런 처지를 안다면 김성태는 처신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친박 앞잡이, 싸이코를 청산 못해 후회된다"며 동료들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마지막까지 추태를 부린 홍준표의 막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신속하게 중앙당 해체를 선언하고 당직자들 사표를 받아 챙기는 속보이는 행보는 자제했어야 했다.

한국당이 지난 총선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계속해서 심판받은 이유가 중앙당이란 조직 탓인가? 그렇다면 당직자들 사표를 받아 책임을 묻겠다면 가장 책임이 큰 본인부터 당대표 권한대행 자리를 내놓아야 말이 되는 것 아닌가?

   
▲ 6 ·13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했다 . 지난 18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당의 이념 탓 하는 꼴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당의 극우이념이 문제여서 좌클릭이 필요하다고 매번 고장 난 녹음기처럼 되풀이하는데, 그게 문제라면 아예 한 번에 왼쪽 끝 노선으로 가면 될 것 아닌가. 극우이념 고민은 한방에 해결되는 것 아닌가.

폭망한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나마 남은 한국당의 잔뿌리를 흔드는 김성태의 표리부동은 한 두 사례가 아니다. 친박 비박, 계파 싸움 용서치 않겠다면서 혁신안을 발표한 이튿날 복당파 모임에 달려가 끼리끼리 속닥거린 게 김성태 자신이다.

복당파는 계파가 아닌가. 김성태는 복당파 모임에 참석했던 박성중 의원이 '친박 청산 메모' 논란을 일으키자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분열을 자초하는 것은 어떤 경우든 용납하지 않겠다"며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 당의 갈등과 분열을 자초하면서 남을 징계하겠다니 이건 내로남불이 아니고 뭔가.

당권에 욕심이 없다더니 21일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동료들의 의견은 묵살했다. 이렇게 독선적인 김성태의 언행불일치 때문에 복당파가 다른 계파를 쳐내고 한국당을 접수하려 한다는 의심을 불식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폭망한 홍준표 체제의 되풀이라는 '홍준표 체제 시즌2'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잠재우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당 혁신 출발점은 김성태의 내려놓기부터

당 동지들과 지지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번 주 내로 혁신 비상대책위원장 선임을 위한 준비위원회 출범을 강행시킬 모양이다.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면서 겸허하게 민의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마치 준비된 각본처럼 서둘러 일을 진행한다는 의심이 든다. 이런 독선적 행태가 반성문 쓰겠다는 김성태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민과 지지자들이 회초리를 든 대상은 특정 계파가 아닌 한국당 전체의 환골탈태다. 그런데도 마치 중앙당 조직과 같은 당의 껍데기나 이념과 같은 문제가 마치 근본적인 문제인 것처럼 여론플레이를 하면서 본질은 교묘히 비켜가고 있다.

지금 좌충우돌 하는 김성태의 모습은 현실감각이 사라진 혼자만의 정의감이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분별력을 잃게 만들고 몰살하게 만들 뿐이다.  김성태가 당 대표 권한대행 자리에 있는 한 한국당의 혼란은 시작에 불과하다.

기득권을 내려놓기보다는 오히려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김성태의 표리부동한 리더십은 그나마 약한 숨이 붙어 있는 보수정당의 숨통을 아예 끊어놓을지 모른다. 가장 먼저 수술복을 입고 수술대에 올라야 할 대상이 수술 칼을 들고 설치는 한 수술대에 자진해 누울 환자는 없다.

신뢰를 잃은 김성태가 이대로 무리하게 비대위 체제를 꾸린다고 해서 한국당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간장이 문제인데 위장을 드러내는 수술을 하는 건 고치자는 게 아니라 죽이자는 것이다. 민의를 제멋대로 해석해 당을 잘못된 길로 끌고 가려는 김성태식 한국당 개혁은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얘기다.

한국당은 김성태 리더십을 당장 끝내야 한다. 그대로 끌고 간다는 것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절박한 심정으로 지지해 준 그나마 남은 한국당 지지자들을 배신하는 길이다. 지지층 사이를 더 벌리고 떨구는 짓이다. 김성태는 더 이상 무리한 일들을 벌이지 말고 당장 사퇴하길 바란다. 그게 한국당을 살리기 위해 유일무이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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