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자유한국당이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대수술에 나설 채비를 마쳤지만 당 내·외부의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으로 3선의 안상수 의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준비위원으로는 박덕흠·김성원 의원을 비롯해 배현진 송파을 원외당협위원장, 허남진 한라대 교수, 장영수 고려대 교수, 장호준 6·13 지방선거 낙선자 청년대표 등 6명이 임명됐다.

이번 인선을 두고 계파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당 내부적인 상황을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사를 준비위에 배치함으로써 갈등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준비위는 당 내 의견을 가감없이 폭넓게 수용하기 위해 외부인사 뿐만 아니라 당 초선, 재선, 3선, 원외당협위원장 등을 골고루 아우르고 있다"며 "객관성과 균형성을 담보하기 위해 인선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혁신비대위원장을 모셔오는 부분도 당 대표 권한대행인 저의 일방적인 입장보다는 앞으로 혁신비대위 준비위에서 당을 성공적으로 혁신하고 쇄신하는 대수술을 집도할 명의를 잘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고도 강조했다.

새로 선임된 안 준비위원장 역시 "어느 편이나 누구에게 유불리를 따져서 하는 것이 아닌 최대공약수가 모아지는 혁신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비대위가 구성되도록 기초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혁신비대위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당 내에서는 반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한국당 중진의원 5인은 이날 지선 이후 처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면서 혁신비대위 출범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심재철·이주영·유기준·정우택·홍문종 의원 등 5인은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선거에 패하면 책임을 지는 것은 정당정치의 당연한 일"이라며 "김 원내대표는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어 민심을 또다시 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김 권한대행이 내놓은 쇄신안에 대해서도 "중앙당 해체 등은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김 권한대행의 원내대표직 사퇴도 요구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없는 마당에 원내대표도 없으면 중심이 없어지는 것이라는 변명은 구차한 욕심"이라며 "김 원내대표가 혁신비대위 준비위를 구성한 것은 물러나야 할 사람이 벌인 무책임하고 월권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입장문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이들과 뜻을 같이하기로 한 나경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망선고 수준의 지선 참패에도 단 두번의 의원총회만을 개최했고 내용은 더욱 참담하다"며 "지금의 수습과정은 원인진단부터 해법까지 모두 잘못됐을 뿐 아니라 시간만 끌고 있는 형국"이라고 적었다.

이어 "임시방편적 비대위 준비위로는 근원적 해결에 이를 수 없다"며 "더욱이 준비위 구성을 보면 지난 의원총회에서 앞장서서 김 원내대표의 사퇴 반대 의사를 표명한 분들인지라 그 논의의 흐름이 추단될 것임은 자명하다"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당 초·재선의원들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갖고 김 권한대행이 내놓은 당 쇄신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원외당협위원장이 주축이 된 한국당재건비상행동도 정풍대상자 16명의 명단을 발표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명단에는 김 권한대행 등 복당파로 분류된 김무성·김용태·홍문표 의원과 친박계 최경환·홍문종·김재원·윤상현 의원, 박근혜 정부에서 각료나 청와대 수석을 지낸 이주영·곽상도 의원 등이 포함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혁신비대위원장이 선임되더라도 당 쇄신의 발판을 마련하기란 힘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애당초 혁신비대위 출범 자체가 불가능 할 것이란 견해마저도 제기된다. 앞선 의총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당 수습에 대한 총의를 모으기란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계파갈등으로 당이 와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아무리 당위성이 있다 하더라도 싸우는 야당, 한국당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돌아보는 자세로 보수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하고 당 내에서 화합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