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개편된 제도에 맞추기 위한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유연근무제나 특정 요일 조기퇴근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정식 제도 도입을 앞두고서는 조율해야 할 세부사항이 많아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주52시간 근무제 방침에 호응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관련 준비를 마무리 짓고 있다. 이미 업계는 이번 제도 정식 도입을 약 1년 앞둔 시점부터 한 발 앞서 관련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사진=연합뉴스


NH투자증권의 경우 이미 2014년부터 ‘PC오프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공식 업무시간 8시간을 채우면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이다. 연장근무 희망자의 경우 사전 신청을 통해 추가 근무를 할 수 있고, 익일 초과수당이 자동으로 책정된다. 아울러 NH는 퇴근 시간을 평소보다 1시간 앞당기는 ‘패밀리 데이’를 매주 금요일에 실시 중이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직원들을 퇴근시키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PC오프제 실시 역시 고민하고 있는 입장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이미 지난 2010년부터 ‘수요 조기퇴근제’를 실시 중이다. 유연근무제도 함께 실시해 변화된 제도에 대응할 채비를 마쳤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는 패밀리데이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이다. 이날 직원들은 5시에 퇴근을 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맞춘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매주 수요일에는 회의, 야근, 회식을 하지 않는 ‘삼무(三無)데이’를 운영 중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그룹단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내달부터 직무별로 차별화된 유연근무제를 시범 운영한다. KB증권 역시 이번 달 PC오프제를 시범 실시한다. 

아울러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면서 하루 8시간의 근로시간을 채우는 ‘시차출근제’, 3개월 단위로 특정일 근무시간을 늘리고 나머지 근로일 근무시간을 줄여 평균근로시간을 법정기준에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검토 중이다. 

기존 직원의 업무 시간을 조정하는 한편 신규 직원을 충원해 정부 방침에 호응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하반기 채용 예정인 150명을 포함해 올해 총 300명의 신규 직원을 뽑게 된다. 이는 작년보다 약 100명 정도 많은 규모다. NH투자증권도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했다. KB증권 역시 작년 대비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2배 정도 늘릴 계획이다.

증권사들이 변화된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고민도 많은 모습이다.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업무량까지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외시장 동향을 분석해 오전 중 결과물을 내야 하는 증권사 직원의 경우, 결과적으로 휴식시간에 일을 하거나 ‘비공식 야근’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사정이 다를 뿐만 아니라 부서마다도 상황이 달라 일괄적인 제도 도입이 힘든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가 업권별 시행안을 보다 디테일하게 재구성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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