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오늘 밤 독일과 일전을 치른다. 어쩌면(사실상)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번 러시아 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될 독일전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의 카잔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독일과 마지막 경기에 나선다.

한국은 벼랑끝에 몰려 있다. 스웨덴(0-1)과 멕시코(1-2)에 내리 져 2패를 당한 한국은 단 하나의 가능성(독일을 상대로 많은 골을 넣고 큰 점수 차로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겨주는 것)을 바라보고 독일과 싸운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독일도, 외신도, 해외 축구팬(일본 포함)도 독일의 한국전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한국 축구팬들의 예상 역시 별로 다르지 않다. 비록 멕시코에 0-1로 패하는 수모를 당하긴 했지만 독일은 독일이다. 세계랭킹 1위, 지난 2014 브라질 우승팀 독일이다. 

한국도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16강 진출의 제물이나 1승 타깃으로 독일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스웨덴 멕시코를 상대로 1승 1무(최소한 1승 1패)를 거둔다. 독일이 2연승한 상태에서 우리를 만나 다소 느긋하게 경기 운영을 하면 어떻게든 버텨 승점 1점이라도 보태 16강에 진출한다.' 이런 장밋빛 시나리오를 준비해왔다.

모든 것이 어긋났다. 한국은 1승은커녕 승점 1점도 얻지 못한 채 독일을 상대하게 됐고, 독일 역시 한국을 못 이기면 스웨덴-멕시코전 결과에 따라 탈락할 수 있다는 긴장감을 안고 나선다.

한국대표팀에게는 그야말로 '기적' 또는 '이변'이 필요한 독일전이다.

우리는 두 번의 '불면의 밤'을 보냈다. 

스웨덴전이 열린 18일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분하고 화가 나서였다. '한국축구가 뭐 이래', '유효슈팅 0개라니', '4년간 준비한 게 도대체 뭐야', '선수 기용을 왜 저따위로 했나', '선수들은 왜 열심히 뛰지도 않는거야' 등등. 이리 생각해도 화나고, 저리 생각해도 짜증이 나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멕시코전이 열린 23일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패배란 결과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스웨덴전 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불면이었다. 아쉽고 안타까웠다. '스웨덴하고 할 때 이렇게 뛰었다면', '왜 첫 골은 꼭 페널티킥으로 내주나', '심판은 우리만 미워하나', '장현수가 멘붕이면 다른 선수라도 기용해보지', '손흥민 골이 조금 빨리만 나왔어도' 등등. 이리 생각해도 아쉽고, 저리 생각해도 안타까워 잠자리가 뒤숭숭했다.

독일전이 열릴 오늘(27일) 밤, 잠을 제대로 못 이뤘으면 좋겠다. 분노나 아쉬움 대신 환희와 감동에 벅차 잠쯤은 설쳤으면 좋겠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이 시원하게 독일을 꺾고, 멕시코도 도와줘(스웨덴을 시원하게 꺾어줘) 16강에 오르는 기적이 연출된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환희의 감정에 벅차 잠이 올 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숨이 차 넘어갈 정도로 뛰어다니며 독일을 괴롭힌다. 통쾌한 골 맛도 두 번 이상 보여주지만 이기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세계 최강 독일의 역습에 당하며 더 많은 골을 내주고 진다. 그래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태극마크가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 한 선수가 쓰러지면 다른 선수가 쫓아가 커버하고,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겠다고 달려들고. 비록 이번 월드컵은 이렇게 마감하지만 '다음에는'이라는 희망을 엿볼 수 있게 해준 대표팀. 물론 아쉬움은 있겠지만 더 크게 밀려드는 감동으로 잠을 설칠 것이다.

미리 당겨 생각해본, 러시아 월드컵 한국 축구의 하이라이트가 될 세번째 불면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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