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곳곳 벚꽃과 일본제품, 서울인지 도쿄인지 분간 안될 정도
"일본 돈키호테서 보면 소송 걸 정도"
   
▲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오픈한 이마트의 '삐에로 쑈핑' 입구에는 일본 국화인 벚꽃으로 꾸며져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일본 돈키호테를 너무 노골적으로 베낀 거 아닌가요. 일본 돈키호테에서 한국에 와서 삐에로 쑈핑을 보면 소송을 걸 수도 있겠어요."

27일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오픈하는 이마트의 '삐에로 쑈핑'을 둘러 본 취재진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마트는 삐에로 쑈핑에 대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전문점'이라고 밝혔지만, 비행기로 2시간 만에 갈 수 있는 일본 도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쇼핑 공간이다. 

이마트는 공식적으로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라는 느낌이다. 마치 서울이 아닌 도쿄에 온 듯 한 기분이다.  

출입구부터 일본 국화인 벚꽃이 고객들을 맞이했다. 들어가자마자 일본제 과자와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시세이도의 아네사 선크림을 전면에 배치했다.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하려고 한 건지 일본 분위기를 느끼게 하려고 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너무 노골적인 '일본화'라는 느낌이다. 여기가 서울인지 도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동선과 제품 구색도 돈키호테와 매우 유사하게 꾸몄다. 패션명품 진열장도 돈키호테를 그대로 베꼈다. 일본 돈키호테에서 제품을 직매입해 서울에 팔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심지어 매장내의 안내 방송도 돈키호테를 그대로 따라했다. 간판 글씨체도 유사하다.

이것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전문점'인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렇게 해외에 열심히 나가며 '매의 눈'으로 시장조사를 한 결과가 고작 해외에 있는 유통 환경을 그대로 베낀 것인가.

이마트가 해외 유통 환경을 벤치마킹해 한국에 도입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삐에로 쑈핑'은 좀 심하다. 돈키호테라는 쇼핑 환경을 한국에 도입하고 싶었으면 차라리 제휴를 하든 합작법인을 설립했다는 게 나았을 것이다.
 
   
▲ 이마트는 '삐에로 쑈핑' 내부에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지역 인기 광고판을 그래도 차용했다./사진=미디어펜

일본 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에 있는 광고판 이미지도 그대로 차용했다. 성인용품과 캐릭터 상품 등 대형 유통 채널에서는 쉽게 다루지 않았던 품목들을 취급했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시도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마트 측은 "해외여행을 가면 한가득 사 오던 쇼핑 리스트, 여기저기 쏘다니며 사 오던 모든 것들을 다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여행을 가는 관광객들이 돈키호테를 쇼핑하기 위해 일부러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일본 여행을 간 김에 돈키호테에 들러 쇼핑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 매장에서 관광객들이 줄을 서며 구매하는 머그잔이 서울에서는 인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현지에서 인기가 있다고 한국에서 똑같이 인기가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오픈한 '삐에로 쑈핑'의 속옷코너./사진=미디어펜

이마트는 삐에로 쑈핑 소개 자료에 "해외 관광객이 한국에 오면 꼭 들려야 할 매장을 만들기 위한 상품과 서비스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삐에로 쑈핑은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꼭 들려야할 매장은 아닌 것 같다. 해외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울 정도로 일본과 유사하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온다면 일본과 비슷한 걸 보여주기보다 한국 만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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