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자산운용사의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전격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증권사와 똑같이 적용되는 자산운용업계의 NCR 제도를 없애려고 한다"며 "손실을 대비해 기본 자본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NCR를 없애고 '최소 자본금' 규정만 남기려고 한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자산운용사는 모든 자산을 수탁회사에 맡기고 자산을 운용하는데, NCR 비율을 맞추려면 쓸데없는 자본금을 많이 가져와야 한다"며 "연기금은 NCR이 높은 자산운용사를 고르기 때문에 자산운용사는 자산운용 능력이 아닌 NCR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 왔다"고 설명했다.

   
▲ 답변하는 신제윤 위원장/뉴시스

NCR은 자산의 즉시 현금화 가능 여부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자산의 순가치와 영업시 직면할 수 있는 손실 예측치를 비교한 것으로 금융투자회사의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구한다.

이 같은 조치는 신 위원장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과 '숨은규제 찾기'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자산운용업계가 'NCR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연구원은 "그동안 자산운용업계 입장에서 NCR 규제는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렸기 때문에 NCR 폐지에 따른 장점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대형 자산운용사의 경우 해외진출 전략을 쓸 때 보통 인수합병(M&A)을 많이 하는데, M&A를 하게되면 위험가중치가 올라가면서 NCR이 떨어진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현재 수익률과 위험도가 모두 낮은 상품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NCR 기준을 대폭 낮추거나 없애버리면 투자여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NCR은 자산운용사보다 위험자산 투자 비율이 높은 증권사에 더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NCR 폐지가 자산운용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증권사의 경우 PI투자(자기자본직접투자)를 통해 주식거래 중개와는 별도로 고유 자금을 직접 주식, 채권, 부동산 및 인수·합병(M&A) 등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86개 자산운용사의 평균 NCR은 585.5%, 61개 증권사의 평균 NCR은 596.6%로 집계됐다.

현대증권 이태경 연구원 "증권사 같은 경우는 PI투자 등에 NCR 규제가 적용받기 때문에 중요할 수 있다"며 "자산운용사는 기본적으로 고객 돈을 운용하고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NCR 폐지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운용사를 선정할 때 높은 NCR 기준을 요구하는 만큼, 자산운용업계의 NCR 폐지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연기금과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보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자산운용사는 사실 위험자본에 잘 투자하지 않고 단순히 주식이나 펀드, 채권 등을 운용한다"며 "NCR제도는 증권업계에 치명적인 규제였지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현재 국민연금이나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투자자들은 NCR을 기준으로 거래사를 선정한다"며 "금융당국이 NCR 제도 개편을 발표해도 연기금 쪽에서 이를 적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신 위원장은 '자산운용업계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공모시장의 투명성을 보다 강화하고 사모시장은 전문가시장으로서 자리잡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실무자들에게 당부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